[뉴스워치= 칼럼] 캐나다의 27대 총독은 아이티 출신의 미셸 장이었다. 무슬림인 현 런던시장 사디크 칸은 파키스탄 이민자 부부가 낳은 8남매 중 다섯째 아들이다. 아일랜드의 집권 여당인 통일아일랜드당의 대표인 리오 버라드커의 부친은 인도 출신 이민자이며, 첫 여성 파리 시장이 된 안 이달고와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스페인 이민자 출신이다.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시장 아흐메드 아부탈레브는 모로코 출신이다. 다문화 시대에 들어선 세계 각국에서 이주민 출신의 정치인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이주 배경인구 비중은 4.3%로 한국 역시 다문화 사회로 숨 가쁘게 변해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이주를 배경으로 한 정치인이 등장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현재 한국은 이주하여 한국에 정착한 이주민들에게 지방 자치선거만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주자격 취득 후 3년이 지나면 투표권이 주어진다.

2018년 지방선거의 외국인 선거권자는 10만 6,205명이었다. 물론 국적을 취득하면 대한민국 국민으로 얼마든지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시일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주 배경을 가진 국민의 선거에의 영향력은 향상할 것이다. 다문화·다민족·다인종 사회를 목전에 둔 한국은 공존과 통합의 사회를 열어나갈 막중한 과제를 부여받고 있는 셈이다.

내년인 2022년에는 대통령선거와 지방 자치선거가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 대선을 위한 여당과 야당의 후보자 간 공방이 치열하기만 하다. 그리고 이러한 공방의 와중에 이주민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너무나도 중요한 양대 선거 과정에서 공존과 통합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부동산대책에 집중되어 있을 뿐 이렇다 할 공약이 보이지 않고 있다. 유언비어와 흠집 내기가 판을 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다 보니 필자가 과분해서인지 모르지만, 우리의 다문화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아직 초반이고 당내 경선의 과정이라 다소 성급한 재촉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지만 지난 선거도 그 이전의 선거에서도 이러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18대 총선에서 다문화 관련 공약은 단지 8개였고 20대 총선에서도 37개였을 뿐이었다는 연구도 있었다.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하는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좀 당황스러운 느낌이다. 위 연구에 의하면 그나마 나온 공약이란 게 20대 총선의 경우 다문화 특화 문화지구 조성으로 관광객 유치, 다문화 음식 축제 등으로 행사 위주의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정책이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중앙선관위의 정책공약알리미 사이트에 공개된 2021년 4월 7일 재보선 서울·부산 시장 후보 18명이 내세운 5대 공약을 취합(미공개 1명 제외)해 분석한 결과, 공약 85건 가운데 외국인이나 다문화가 언급된 것은 단 두 건이었다. 아직도 정치인에게는 다문화 사회는 먼 훗날의 이야기이고 다문화 공약도 득표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전 지구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이주와 정착이 여러 나라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제이주는 그 형태가 어떻든 현대 세계의 발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현상이고 지속해서 가해지는 전 지구적 통합에의 강력한 압력 때문에 이주의 규모는 이후에도 계속 커질 것이다. 그런데 이주는 이주국의 경제·정치·문화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그 나라에 여러 영향을 미치게 되어 이미 세계 각국은 이주민과 원활한 조화를 이루기 위한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도 변화의 한가운데서 이주 배경을 가진 모든 사람을 포용하기 위하여 여성가족부 등 행정 각부는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데이비드 이스턴(David Easton)은 "정치란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분배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란 공익과 사익, 경제적 이익, 자유, 생존권 등 다양한 형태의 이익이나 권리를 의미한다. 선거는 그 나라의 사회적 가치 배분에 관한 권한을 누가 행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영역이다. 여기에는 이주 배경을 지닌 이주민과 이주민 출신, 이주민 가족 등도 포함된다.

필자는 정치 권력의 향배를 결정하는 선거 과정에서 이주민의 입장과 이익을 위한 논의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선거에 참여하는 이주민 출신들이 후보와 정책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 서비스도 제공되어야 하며 이주 배경을 지닌 정치엘리트들이 정치에 입문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 이주민 당사자의 목소리가 빠지면 한국의 다문화 사회의 올바른 통합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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