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변호사윤리장전 제12조는 ‘변호사는 상대방 또는 상대방변호사를 유혹하거나 비방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정하고 있고, 제15조는 ‘변호사는 위증을 교사하거나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게 하거나 이러한 의심을 받을 언동도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변론을 보면 위 조항의 취지가 잘 준수되는지 의문입니다.

때론 비방과 비판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방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보일 때, 혹자는 그 근거의 빈약을 지적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 자체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허무맹랑’, ‘일고의 가치가 없는’ 등의 표현이 사용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변호사가 이러한 표현을 쓴다고 하여 바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상대방 그 자체가 아닌 상대방의 ‘주장’에 관하여 허무맹랑하다고 표현하고,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평가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이 상대방 주장에 대한 구체적 반박과 함께 사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방 주장에 대하여 비방을 반박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주장하면 편하기 때문에 그러한 논리전개를 당연히 여기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상대방의 기억의 착오를 주장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나이를 언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기억의 착오를 주장하기 위하여서는 상대방 기억과 반대되는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보다 분명한 반박방법입니다. 그럼에도 상대방의 나이만으로 바로 기억의 착오가 분명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합니다. 상대방이 특별히 치매 등의 진단을 받은 바가 없음에도 흔히 있는 주장이고, 증인신문과정에서도 많이 발생하는 일입니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변론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일관성을 탄핵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최근 입장은 상대방의 과거 입장과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는 상대방의 과거 입장이 어떠하였는지 주장에 부합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이와 반대되는 최근 입장을 설명하여 서로 대조하면 됩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과거와 현재에 대하여 근거를 제시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노쇠함을 근거로 최근 입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두 실제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때로는 변호사로서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논리를 품고 있다는 큰 착각으로 상대방에 대한 비방을 논리처럼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한 표현에는 큰 고민과 노력이 필요없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한편 소송 과정에서 거짓말은 오히려 흔합니다. 변호사윤리장전 제15조는 위증을 교사하거나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게 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되어있는데, 허위의 ‘주장’ 자체를 금지하지는 아니합니다.

물론 명백히 허위임을 알면서 하는 소송상 주장을 하는 경우, 소송사기의 실행의 착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주장에 따랐을 뿐이고, 진실하다고 믿었다고 할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소송 진행 중 허위의 주장은 당연히 난무합니다. 애초부터 소송 자체가 서로 다른 입장을 주장하는 사람끼리의 분쟁인 점을 고려하면 거짓말의 전쟁이 될 수밖에 없음은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연기 변호사
김연기 변호사

거짓말은 비방과 마찬가지로 큰 노력이 들지 않는 작업입니다. 근거 없이 주장만을 할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승소를 위하여 실체진실 발견에 소홀히 하고자 하는 유혹도 당연히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의 거짓말을 반박하기 위하여서는 정말로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그 노력 끝에도 거짓말이 반박되지 아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얻은 승리 뒤에는 억울한 피해자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어떠한 경우에라도 비방과 허위는 주장의 공방에서 허용될 수 없습니다. 비방은 근거 없이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는 도구로 활용되기 마련이고, 허위는 반박의 어려움 때문에 오히려 사실과 마찬가지로 취급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방과 거짓말은 참으로 빠지기 쉬운 유혹입니다. 법률전문가는 이러한 유혹을 늘 경계해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이를 옹호하는 주장을 하여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상식에 반하는 주장은 결코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 프로필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우수 졸업

-아주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부동산)

-MBC시사매거진2580, 수원 T브로드, 경향신문 등에 자문

-現) 수원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現) 법률사무소 이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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