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6월 페이스북에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우리나라는 2030∼2040년 인구절벽에 따른 ‘인구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인구 구성 자체가 바뀌어 사회 구조가 뿌리째 흔들리는 '인구지진' 발생을 우려하면서 "피할 수 없다면 강도를 줄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율 급감이라는 재앙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정부가 저출산대책을 내놓기 시작한 게 2005년이다. 2000년대 초반 급격한 저출산 기조가 위기감을 높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했고, 이후 5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지금까지 4차례 나왔다. 하지만 결과만 두고 봤을 때 저출산대책은 실패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한 그 많은 혈세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정부는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지난 16년 간 200조원 가까이 투입했지만 출산율 감소세가 멈추기는커녕 더욱 빨라지고만 있다. 

보도에 따르면,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부가 편성, 집행한 예산의 상당 부분이 최근 10여년 간 엉뚱한 곳에 쓰였다고 한다.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렸으면서도 본래 목적과 관계없는 사업에 몰아주다 보니 세금은 세금대로 낭비하면서 결과는 참담했다. 해마다 ‘특별 대책’이란 걸 내놓았지만 헛된 일이었다.

저출산대책은 일관성이 없었다.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진단이 엇갈렸다. 초기에는 보육지원에 집중했다. 아이를 키우기 힘들어 출산을 꺼린다고 본 것이다. 10여 년의 시간을 그렇게 보냈지만 효과는 없었다. 

이후 저출산대책은 방향을 틀었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며 청년일자리와 주거대책을 쏟아냈다. 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저출산 예산 46조7000억원 중 청년지원 예산만 61%에 이른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그대로다.

출산율 하락의 이유는 명확하다. 젊은 세대들이 결혼하지 못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가질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계를 책임질 만한 직장이 없고, 직장이 있더라도 삶의 보금자리를 갖기 힘들고, 힘들게 마련한 내 집이 있더라도 아이까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짐을 우리 청년세대들은 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출산율이 0.84명으로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꼴찌라는 발표가 나왔다. 우리나라 바로 앞 저출산 국가인 푸에르토리코의 1.2명에 비해도 압도적인 꼴찌다. 세계 1위 출산율을 보인 국가는 3.1명의 이스라엘이다.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출생·사망자 수가 역전되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벌어졌다. 초유의 인구 감소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해 출생아는 27만5800명으로 1년 전보다 10.7% 감소한 반면에 사망자는 3% 늘어난 30만7700명으로, 사망이 출생보다 3만여 명 많았다. 

인구절벽이든 데드 크로스든 국가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노동력 감소와 소비 위축, 생산 감소, 국가재정 악화 등으로 이어져 급기야 국력 쇠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안이한 인식을 버리고 ‘이대로면 망한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돈은 많이 쓰고 있는데 효과가 없다면 기존 대책들을 재검토해야 한다. 

최근 새로운 시각이 등장했다. 감사원은 최근 발표한 감사보고서에서 저출산대책과 수도권 집중 문제를 연계했다. 결론은 간단하다. 청년들은 교육과 일자리를 위해 수도권, 특히 서울로 몰린다. 서울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청년들을 비혼과 만혼으로 이끌기 때문에 이 고리를 균형발전 차원에서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저출산 대책을 총괄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예산편성권이 없어 정책의 책임성과 연속성이 떨어진다며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국무총리실 등 행정부처를 중심으로 정책을 책임 있게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범정부적으로 이 문제에 달려들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는 데 가장 우선해 고려해야 할 사항은 자신의 현재 일터, 장래 삶에 대한 전망, 주거 환경과 비용일 것이다. 현 우리 정부에서 이 세 가지는 모두 지리멸렬이다. 

현 추세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2100년쯤 총인구가 1650만명 대로 줄어들고 2300년쯤이면 100만명도 안 돼 사실상 국가소멸 단계에 이를 수 있다는 암울한 예측도 나온다. 큰 시야에서 보면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없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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