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한때 우리 재벌 회장들은 경영권 후계 작업을 하다 배임·횡령죄로 구속이라는 위기를 맞는다. 그때 그들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여론 무마용으로 ‘1조원 사재 출연’이라는 ‘통 큰’ 약속을 한다. 하지만 그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최근 읽은 모 일간지 칼럼에는 기업이 지속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경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 같은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어떤 경영을 하느냐에 따라 기업은 성공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좋은 경영과 그렇지 못한 경영은 어느 부분에서 차이가 날까.

‘최진석 교수는 기업의 존재 목적을 ‘이윤추구’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천박하고 수준이 낮다고 말한다. 목적과 수단의 혼동 때문에 기업 경영이 잘못되는지도 모른다. 목적과 수단을 잘못 판단한 대가가 잘못된 기업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윤추구’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은 궁극적으로 ‘이윤추구’를 통해 사회의 진화에 공헌해야 한다.’(칼럼 인용)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돈을 버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은 더 힘들어질 것 같다. 부자에 대한 부러움으로 인해 부자가 되고 싶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부자가 돈으로 바꾸는 ‘긍정적 영향력’이 아름다워 보여서 부자를 꿈꾸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고 해당 칼럼에서 글쓴이는 강조한다.  

한국의 기부 문화는 빠르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재산 절반 이상 기부를 약속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봉진 배달의민족 창업자 등은 맨바닥에서 굴지의 기업을 일궈낸 자수성가형 사업가들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을 물려받은 삼성 일가는 1조 원의 기부금과 함께 국보급 미술품 수만 점을 기부해 한국의 문화 수준을 단번에 끌어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은 자기 힘으로 창업해 세계적 기업을 키운 뒤 은퇴를 전후해 기부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분야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쾌척한다. 

군사독재, 권위주의 정부를 경험한 한국인들에게 ‘기업 옆구리 찔러 기부 받기’ 행태는 낯설지 않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기업에 정부와 정치권은 응분의 책임을 요구했고, 오너 일가가 사재를 출연해 기부하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되곤 했다. 

미국 재벌인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일론 머스크(테슬라), 빌 게이츠(MS),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래리 페이지(구글) 등은 모두 창업자들이다. 창업한 지 30년 이내 당대에 이룬 부이고 자유경제 체제여서 가능한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부익부 빈익빈, 빈부 격차가 커지면 사회적으로 갈등과 분노가 싹트게 마련이다. 그것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 주는 게 부자들의 기부행위다.

1901년 카네기는 '부의 복음'을 쓰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기부천사가 됐다. 석유왕 록펠러가 1912년 오늘날로 환산하면 400조원 가량을 내놓으면서 "카네기를 따라 했다"고 말했다. 2007년 빌 게이츠가 거액의 재산을 내놓으면서 자신의 롤모델은 카네기라고 했고, 그 후 저커버그 등이 잇따라 따라했다.

김범수 의장은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좋은 세상을 꿈꾼다"는 랠프 월도 에머슨의 시를 귀감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그는 재단을 설립해 앞으로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에 귀한 돈을 쓴다고 한다. 

워런 버핏이 빌게이츠재단에 40조원 가까이 쾌척했듯이 국내에서도 기부자들의 돈을 한군데 모으면 더 큰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부 물결을 이어받아 이후에도 성공한 자선가들이 많이 나와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키는 일이 많아지기를 기원해 본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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