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파업위기 사례 감안 확대된 '노사 거버넌스' 정립 필요해

[뉴스워치= 송현섭 기자] 일반적으로 시장경제체제는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한도에서 경제주체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최대한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자유민주주의와 함께 우리나라의 근간을 이루는 주축인 셈이다.

물론 시장경제에서도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고,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국가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긍정적인 성과를 창출했다. 반면 시장체제에 대한 개입이 역효과를 불러오는 경우를 정부의 실패라고 부른다.

산업화와 선진화로 이어진 한국경제의 성공신화는 그저 탄탄대로만 걷진 않았다. 주기적 불황과 대규모 경제위기로 인해 국가 전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개별 기업단위를 뛰어넘는 산업 구조조정이란 정부의 정책적 개입을 수없이 목격해왔다. 물론 경영에 실패한 기업주와 회사의 회생을 위해 국민들이 부담을 지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망한 회사는 청산 내지 파산절차를 거쳐 빚잔치로 끝나야 한다. 그러나 소수의 기업이 아닌 업계, 산업 전체의 위기는 국가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대부분 국민들의 고통으로 돌아간다. 

더 큰 위기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정책적 대안이 바로 산업 구조조정이다. 최근 산업은행 주도로 구조 조정된 해운업계 노사갈등이 위험수위에 올라왔다는 경고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최근 연일 보도되는 HMM 육상·해원노조의 파업위기 문제다. 

무려 9년동안 임금이 동결되고 고통을 분담해온 근로자들에게만 계속 부담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채권단 관리체제에 놓인 회사에서 노조와 원만한 협상을 벌일 수 없기 때문에 대주주인 산업은행 책임론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그동안 수많은 기업들의 회생을 지원해온 산업은행의 역할을 무작정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빚잔치 직전에 놓인 회사나 업계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채무를 탕감해주거나 주식으로 전환해 이자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산업 구조조정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위기에 처하면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하다 시간 지나 괜찮아지고 호황까지 맞으면 입장이 돌변하게 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는 실질적으론 공기업이 되는데 문제는 노사관계의 직접 당사자는 여전히 회사 경영진과 노조라는데 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주주와 채권자까지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비롯한 다른 방식의 노사관계 관리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물류대란과 해외수출 차질은 결국 국민들의 피해를 줄 수밖에 없고, 그래서 HMM의 파업위기를 보는 시각은 만감이 교차한다.

산업 구조조정의 틀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로 판단된다. 심각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제도와 각 경제주체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진통이 필요하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동안 위기마다 슬기롭게 헤쳐 나온 자부심과 능력을 믿고 과감한 시도를 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송현섭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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