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정부·여당의 갈지(之)자 부동산정책이 이어지며 국민 불신과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 

최근 고령자 종합부동산세 납부 유예가 백지화됐다. 과세기준 종합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60세 이상 1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납부를 집을 팔거나 상속·증여할 때까지 미뤄주는 법안이 국회에서 폐기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오락가락 부동산 대책은 이번만이 아니다. 여당은 종부세 개편과 함께 임대사업자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임대사업자들이 격렬히 반발하자 결국 없던 일이 됐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원이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분양권을 얻지 못하게 하겠다는 법안 역시 전세난 심화 속에 폐기됐다.

여당 대선 주자들의 부동산 공약은 후보마다 서로 날 선 비판을 주고 받지만 이들의 공약엔 공통점이 있다. 다들 주택공급 확대에 초점을 둔다. 후보들이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 원인을 대놓고 거론하지 않을 뿐, 공급 부족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인식은 같이하는 듯하다.  

각 후보의 공약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 정부 정책과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나같이 공공 주도 개발·임대주택 중심인 주택 공급이다. 

공급으로 무게추를 옮긴 지난해 8·4대책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비판적 여론이 들끓고 있다. 공공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공급 주체로서의 민간 기능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했다. 이는 이전의 수요억제책과 마찬가지로 시장의 긍정적인 기능을 부정하는 대책으로 처음부터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속도감 있는 도심 주택 공급을 위해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재개발 사업에 대한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오랜 기간 개발이 지체된 지역인 만큼 공공재개발을 계기로 정비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확산하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공공 재건축 5만가구 공급계획 중 현재 진행 중인 것은 3%인 1580가구에 불과하다. 도심 내 신규택지 발굴을 통한 3만3000가구 공급계획도 주민 반발로 어렵게 됐다. 그 대상 부지들은 인근 주민에게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등 해당 지자체 내에서 중요한 공간으로 기능하는 곳이었다. 

공공재개발뿐 아니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 최근 지역 반발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도심 복합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최근 ‘3080 공공주도반대연합회’라는 조직을 꾸려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와 거리가 먼 공약들이 많다. 아파트를 원하는데 임대주택을 지어 주겠다니 말이 안 통하는 셈이다. 여당은 부동산 대책 땜질조차 헛발질하며 갈팡질팡한다. 

민주당은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가 담긴 소득세법을 처리할 방침이다. 내달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이 법은 지난 6월 최대 75%에 달하는 세율로 양도세 중과세가 시행된 지 불과 2개월 만에 여당이 새로 선보이는 양도세 대책이다. 여당의 입법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정부의 역할은 안 보인 지 오래다. 

주택공급은 대체로 공공 임대가 10%, 민간주택이 90%를 맡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공 임대주택만 늘려서는 주택난·전세대란을 해결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현 정부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은 예고된 참사나 다름없었다. 정책을 주도한 여당은 주택 전문가와 언론이 숱하게 부작용을 경고해도 애써 무시했다. 남은 것은 땜질식 처방으로 누더기가 된 부동산 세제와 천정부지로 오른 역대 최고 수준의 아파트 가격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주택시장 상황의 근원은 겹겹이 쌓여온 반시장 규제들의 부작용이다. 이런 폐단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국민 불신과 시장 혼란을 부추기는 부동산정책을 쏟아내는 점은 우려스럽다. 잘못된 정책으로 고통을 받는 계층은 실수요자와 신혼부부 등 청년 세대의 몫이 됐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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