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현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이 “지금이 인구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각종 지원책을 쏟아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이유는 명확하다. 젊은 세대들이 결혼하지 못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가질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생계를 책임질 만한 직장이 없고, 직장이 있더라도 삶의 보금자리를 갖기 힘들고, 힘들게 마련한 내 집이 있더라도 아이까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짐을 우리 청년세대들은 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출산율이 0.84명으로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꼴찌라는 발표가 나왔다. 우리나라 바로 앞 저출산 국가인 푸에르토리코의 1.2명에 비해도 압도적인 꼴찌다. 세계 1위 출산율을 보인 국가는 3.1명의 이스라엘이다. 

지난해 말 발표된 ‘제4차 저출산·고령화 5개년 계획’을 요약하면 돈을 풀어 저출산을 막겠다는 것이다. 출산을 하면 산모에게 200만원을 일시금으로 주고, 출산휴가를 낸 부부에게 월 300만원씩 3개월을 더 주며, 육아수당 몇 푼 더 쥐어준다는 게 전부다. 

여전히 현금 살포식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아이를 낳으라고 한들, 척박한 환경에서 어떻게 애를 낳아 기르겠냐는 아우성은 커진다.

이제 언론이나 정치인 일부는 공공연하게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혜택을 주는 것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해 5월 온라인 화상회의를 진행하던 400여 명의 미국 청년들이 갑자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한 자선가가 빚에 짓눌린 청년들을 위해 써달라며 800만 달러(약 98억원)의 거금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다.

미국 ABC는 당시 청년지원 시민단체가 익명의 자선가로부터 800만 달러를 후원받았다고 소개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800만 달러는 학자금 대출 등을 갚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때 기부로 학자금 및 생활 대출을 면제받는 청년은 약 400명이며, 이 중에는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를 한 번에 탕감 받는 청년도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에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 일하고, 청소년들은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입시 지옥’을 한 번 갔다 와야 한다.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고,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잘 안 되고, 비정규직이 많아 불안 속에 살아간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청춘이 1만 명에 육박하고, 1만7000명이 취업 이후에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고 있다.

재작년 미국의 갑부 로버트 F 스미스는 모어하우스 대학 졸업식에 참석해 축하 연설을 하는 도중에 졸업생 전원에게 대출 학자금을 모두 갚아주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이날 졸업생들이 받은 돈은 478억원이다.

스미스가 졸업생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대가로 내건 조건은 거창하지 않았다. 스미스는 “학위는 여러분이 신세를 진 모든 사람에게 재능과 열정으로 헌신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회적 계약”이라며, “앞으로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은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다. 빚에 억눌린 마음을 털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회진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업가 스미스, 우리나라 대학생에게도 이런 자선 사업가가 나타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현 추세대로 가면, 우리나라는 2100년쯤 총인구가 1650만명 대로 줄어들고 2300년쯤이면 100만명도 안 돼 사실상 국가 소멸 단계에 이를 수 있다는 암울한 예측도 나온다. 큰 시야에서 보면 이보다 더 큰 위기는 없다.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교육이 빚쟁이 대학생을 양산하는 우리나라는 비정상이다. 이런 것 제대로 개혁하지 못하는 정치인과 ‘제왕적 지도자’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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