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국민 담화가 주택시장에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홍 부총리는 물량 부족을 호소하는 시장 평가와는 달리 주택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올해 입주 물량은 전국 46만 가구, 서울 8만3000 가구로 평년 수준”이라며 “2023년 이후에는 매년 50만 가구 이상 공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올해 서울 입주 물량 8만3000 가구 중 절반 수준인 4만1000여 가구는 아파트가 아닌 빌라·단독주택이다. 이를 근거로 공급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홍 부총리는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힘으로 주택수급, 기대심리, 투기수요, 정부정책을 꼽았다. 그러면서 주택수급과 정부정책은 문제가 없고 기대심리와 투기수요가 문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집값 급등 책임을 정부가 아닌, 투기세력과 과도한 기대심리를 가진 국민 탓으로 돌린 논리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허점투성이 논리는 급한 대로 입맛에 맞는 통계만 끌어다 쓴 결과다. 이렇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통계 왜곡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정부는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을 집권 4년간 86% 올려놓고는 시세는 17% 올랐다고 계속 강변한다. 시세를 잘 반영하는 통계는 제쳐 놓고, 국가공식통계라며 오로지 한국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 주택매매가격지수만 내밀며 집값 급등을 부인했던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때와 똑같다. 

부동산 통계 왜곡은 정책 신뢰도와 직결돼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정부 장담과 거꾸로 가야 손해 보지 않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할 정도로 부동산 정책 불신이 심각하다. 연이은 ‘집값 고점’ 경고와 자제 읍소에도 시장에선 콧방귀도 뀌지 않게 만든 게 바로 정부 당국자들이다.

시장에서는 홍 부총리를 이솝우화 속 '양치기 소년'에 비유한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그의 경고에도 시장은 거꾸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을 반복하다가 마을 주민의 외면을 받은 양치기 소년처럼 그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이번 정부는 고용통계 발표 때마다 “고용이 늘었다”는 언급을 빠뜨리지 않는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통계 분식(粉飾)에만 치중할 뿐 정작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지난달 발표된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 역시 마찬가지다.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58만2000명 증가했다지만 고용 핵심 세대인 30대(-11만2000명)와 제조업(-0.2%P) 등에서의 감소세는 여전하다. 반면 60세 이상 0.8%P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8.7%P 증가에서 보듯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만든 ‘세금알바 일자리’가 고용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규 취업이나 창업의 시작 시기인 30대 취업자가 지난달 6만9000명 감소에 이어 더 많이 줄어든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또 “5분위 배율이 크게 개선됐다”며 포용정책 덕분이라고 또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1년 전에 6.89배였던 소득 5분위 배율이 올 1분기에 6.30배로 낮아졌다는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 조사’를 인용하며 내놓은 해석이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가구 소득이 하위 20% 가구 소득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소득격차 지표다. 

통계청 조사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 실패와 코로나19 악재가 겹쳐 소득 격차가 심화됐다는 그간의 예측과 정반대여서 더 눈길을 끈다. 걸핏하면 경제지표를 과장하고 왜곡해온 정부조차 ‘불평등 심화’를 인정해왔던 터여서 의외의 결과다. 

숫자로 목표를 관리하는 것은 기업이나 정부나 다를 게 없다. 역대 정부치고 숫자관리에 목매달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하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기업이야 사업환경을 치밀하게 분석해 목표를 세운 후 생사를 걸고 덤벼들지만, 공무원들은 보여주기식 숫자에 능한 까닭에 목표를 제시할 때부터 달성이 불가능하단 걸 스스로 안다.

정부는 그동안 휴지 줍기, 새똥 닦기, 교통안전 지킴이 같은 온갖 명목의 ‘가짜 일자리’를 60만~70만개 만들어 고용지표 눈속임을 해왔다.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층의 세금 알바였다. 

잘못된 정책이 소득격차를 심화하고 있는데, 정책을 고칠 생각은 않고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를 홍보하는 데 골몰하는 사이 국민의 통계 불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각종 통계자료가 발표되고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포털사이트에는 ‘통계 조작’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는다.

통계 신뢰가 무너지면 국정에 대한 신뢰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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