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박지수
그림 박지수

[뉴스워치= 칼럼] 도쿄올림픽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금메달을 향한 선수들의 뜨거운 땀방울이 더운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올림픽 종목에는 펜싱, 배드민턴, 테니스, 복싱처럼 영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종목도 있고 배구, 사격, 리듬체조, 승마, 양궁, 탁구처럼 한자로 번역하여 이름을 붙인 종목들도 있습니다. 물론 이들 스포츠 경기의 이름 대부분은 일본 근대 사상사이며 철학자인 니시아마네(西周,にしあまね, 1829-1897)가 한자를 조합하여 만든 말들입니다.

그런데 올림픽 종목에 도(道)를 붙인 종목은 유도(柔道, じゅうどう), 역도(力道, りきどう), 태권도(跆拳道)가 유일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들 종목에만 도(道)가 붙어있는 걸까요. 유도 외에도 도(道)가 붙어있는 일본 스포츠로 검도(剣道, けんどう), 합기도(合気道, あいきどう)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라테(空手, からて), 스모(相撲, すもう) 등에는 도(道)를 붙여 부르지는 않지만, 무술과 관련된 것을 무사의 도, 부도(武道, ぶどう, 무도)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도(道)를 붙이는 것은 스포츠 종목만이 아닙니다. 전통차를 마시는 예법을 사도우(茶道, さどう, 다도), 붓글씨를 쓰는 기술을 쇼도(書道, しょどう, 서도), 꽃꽂이하는 기술을 카도우(華道, かどう, 화도), 그리고 공연예술인 가부키(歌舞伎, かぶき), 인형 조르리(人形浄瑠璃, にんぎょうじょうるり), 그리고 시 쓰는 법을 배우는 가도우(歌道, かどう, 가도)라고 합니다.

이처럼 예술 부분을 게이도(芸道, げいどう), 즉 예도라고 합니다. 이뿐만 아니죠. 신도(神道), 불도(仏道), 수험도(修験道) 등 종교 분야에도 도(道)가 사용됩니다.

그렇다면 도(道)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도는 일본에서 음독으로 도우(どう)라고 하지만, 훈독으로 미치(みち)라고 합니다. 도(道)라는 명칭은 분야를 가리지 않습니다. 숭고한 그 무엇이 아니어도 됩니다. 종교이든, 무술이든, 춤이든 노래이든 연기이든 시든 요리이든 그 무엇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도(道)」는 원래 인간이 물리적으로 오가는 장소로서의 길을 말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그 길을 여러 번 반복해서 걷고 또 걷습니다. 자기의 길을 걷다 보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원하는 만큼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 길에 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좀 더 더 높은 곳을 향해, 최고의 경지인 선(善)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바로 미치입니다. 

그런데 최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한 과정은 그 분야가 무엇이든 그 과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그 사람들이 흘렸을 땀, 수많은 연구자, 기술자, 자기와의 싸움이 긴 연습생 생활을 거쳐 k-pop 스타로 성장하는 가수, 연기자, 요리사. 하루라도 연습을 게을리하는 순간, 마음이 느슨해지는 순간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을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여러 번 경험합니다. 

일본에서 미치(道,みち)는 단순히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아닌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길이며, 깨달음의 길이며, 해탈의 길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결과로 나타내는 성적이 목적이 아닌 인격을 완성하는 것으로 수행은 깨달음을 위한 수단인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매달의 색깔과 상관없이 그들의 삶에서 성장하는 하나의 과정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우리 선수들은 미치(みち)에 도달한 것이 아닌, 걸어가는 중이고, 더 멋진 과정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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