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2년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새 아파트 분양권을 얻도록 하는 법안이 최근 백지화됐다. 이는 그동안 해당 법안으로 인해 전셋집을 구하려는 서민들의 폐해가 많았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전세 매물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2년 실거주’ 의무가 철회되면서 집주인이 들어가려 했던 물량이 시장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재건축 조합원 실거주 2년 의무화는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6·17 부동산 규제 대책의 핵심으로 재건축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추진됐다. 하지만 집주인들이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면서 전세난이 서울·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 시행과 맞물리면서 전세 매물이 줄고 전셋값은 급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백지화만으로는 전셋값이 안정되기에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건축 이주 수요는 늘어나는데 전세 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신규 아파트 입주는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에서 집값을 잡겠다고 칼을 빼든 지 오래건만 이제 사람들은 그런 칼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 너무나도 무딘 칼이라 무용지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만난 대형 건설사 주택담당 임원은 현 정부의 주거안정 대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짚고 있었다.

“공급을 늘려 가지 않으면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새 집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기존 아파트단지 재건축을 어렵게 해버리니 당장은 수요가 줄어든 듯하나 나중에는 집값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돈 있는 사람들이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로또’에 당첨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을 한다. 분양단지에 수요가 몰리는 것은 이런 이유 탓이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실수요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무수히 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발 빠른 사람들은 귀신같이 허점을 찾아낸다. 세종을 잡으니 대전이 뜨고, 대구·부산을 잡으니 광주·울산으로 몰려가는 식이다.

부동산 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현 정부 핵심 책임자들도 지키지 못할 일을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동안 세금·금융·청약 규제로 부동산 시장의 숨통을 조여 왔다. 

정부가 세심한 배려 없이 대출 문턱을 무작정 높이면서 현금 부자나 전문직 고소득자만 오히려 집을 매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 꼴이 됐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옥죄기식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당장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살아가던 실수요자들은 절망에 빠졌다. 잔금의 경우 분양아파트 담보로 대출이 가능하나, 계약금과 중도금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은 불가능하고 보유한 현금이 없다면 신용대출로 눈길을 돌려야 하는 처지다.

앞서 소개한 주택담당 임원은 “치솟는 집값에 서민들은 대출 없이는 아파트를 살 수 없다”면서 “수많은 대출규제를 연이어 발표하면서 정부는 실수요자들과 무주택 서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에는 자금력을 갖춘 수요자들만 집을 사거나 분양받을 수 있는 구조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서울 아파트 절반이 평균 10억원을 넘었다.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값도 7억원을 돌파했다. 일반 직장인들이 자기 힘으로 서울이나 수도권에 집 한 칸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천문학적 수준으로 집값을 올려놓고는 대출까지 틀어 잠갔다. 현금 부자 아니면 집 살 생각조차 못 하게 돼 버렸다. 

집값 상승이 공급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주택 전문가들은 이번 ‘재건축 2년 실거주’ 철회만으로 지금의 전세난을 해결할 정도의 물량 출회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들은 임대차법 시행과 신규 입주물량 감소 등 주택임대시장의 여러 불안 요인들이 여전하기 때문에 전세난 해소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말한다.

김웅식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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