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송현섭 기자] 우리나라 재계는 치열한 경쟁체제로, 탁월한 지식과 실력을 갖춘 수많은 인재들이 집합하는 곳이다. 특히 재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브레인들은 우월한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수재들이다.

이들은 산업현장은 물론 다양한 경계선을 넘나들며 남다른 혜안으로 미래 우리경제가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 산업발전을 위한 투자와 각 그룹 총수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한계가 명확한 국내를 벗어나 구축한 수출주도 제조업 시스템도 이들의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한 우리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유지를 조용하게 주도했다. 물론 그룹 총수의 리더십과 과감한 의사결정도 큰 성과를 내지만, 대부분 획기적 아이디어와 성공한 프로젝트는 이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신제도주의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기업은 역사적으로 가장 효율적이고 발전된 형태의 조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구조는 전략을 따른다”는 경영학적 경구를 굳이 들지 않아도 전략생산과 실천자로서 기업 엘리트-브레인 관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정도다.

그래서 위대한 CEO라면 유능한 스태프를 육성하고 그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 강력한 명령과 엄격한 규율로 조직전체를 장악하고 구성원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지휘자 없는 상태로 라인조직과 참모만 있다면 과연 그 조직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

과연 풍부한 지식과 다재다능한 브레인이라도 막대한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는 조직 내 명령과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CEO처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가. 최근 우리사회는 삼정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 여부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개인적 신념이나 정치적 이념에 따라 반대하는 주장도 있고, 실리적 이유로 당위성을 역설하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조직의 안정이란 관점에서 보자면 구성원을 이끌 리더가 없는 조직은 이해관계가 불분명하고 구경꾼처럼 흐트러진 무책임한 군중에 불과할 것이다.

이런 상태는 국내외에서 최고의 기업이란 찬사를 받는 삼성전자가 처한 현실이다. 아무리 호황이라 이익을 많이 내고 있어도, 책임 지지 않지만 재주 좋은 브레인만으론 조직을 이끌어갈 수 없다. 브레인들간 이해와 갈등, 경쟁관계는 결국 거대한 조직마저 붕괴시킬 수 있다.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에 따라 브레인들이 당장 눈앞의 이익만 노릴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선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짊어질 리더를 세워야 한다. 비주류 경제학에서 유래된 ‘공유지의 비극’이란 예화가 있다. 

특정한 책임과 의무 없이 단순하게 공동소유나 관리를 행한다면 필연적으로 우범지대나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비극의 공유지가 될 수 있다. 기업조직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지휘할 지도자 없이 이기적이고 유능한 브레인만으론 아무리 안정된 대기업이라도 몰락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당연한 논리지만 리더십 없는 조직에서 이들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현상만 유지할 뿐, 책임을 떠맡을 일은 하지 않게 된다. 브레인 입장에서 본다면 아무리 좋은 사업기회라도 자신에게 손해되거나 리스크가 높다면 아예 포기하는 편이 더 낫기 때문이다. 

필자는 모든 현상이나 다양한 문제를 리걸 마인드로만 보고 해결하는 것이 꼭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부회장의 사면문제를 보는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정의를 내세우더라도 전체에 실질적 이득이 되거나 바람직한 쪽으로 나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위기에 처한 초우량 기업이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험로를 단순히 법조문만 따져가며 결정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그른 것인지 대통령의 최종판단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송현섭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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