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지난주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쿄올림픽이 드디어 열렸습니다. 우리에게 일본은 심정적으로 다른 나라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일전이 열리는 날에는 나에게 이런 애국심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이때만은 우리가 모두 하나가 되어 뜨겁게 “대∼한민국”을 외칩니다. 그러니 그 어떤 나라와의 경기보다 뜨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와 일본의 관계에 대하여, 그리고 우리 말 속의 사용되는 일본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요즘 ‘멋있다’ 혹은 ‘스타일이 살아 있다’는 의미로 “간지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자주 접합니다.

여기서 간지(感じ)는 ∼처럼 느껴진다는 의미의 동사, 간지루(かんじる,感じる)의 명사형입니다. 최근 우리말에는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이야 라고 되묻게 되는 말들이 많아 당황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일제 강점기의 잔재로 지금까지 우리말과 섞여서 마치 은어처럼 사용되는 일본말이 있습니다. 다마(たま, 공, 전구), 찌라시(ちらし, 전단지), 모찌(もち, 떡) 똔똔(とんとん, 둘이 비등하다), 입빠이(りつぱい, 가득), 다마네기(たまねぎ, 양파)', 가오(顔,かお, 얼굴), 유도리(ゆとり, 융통성), 아다리(あたり, 적중), 야바이(やばい, 위태롭다) 등이죠.

일제 강점기, 한국어를 말살하고자 일본어 사용을 강요당했던 아픈 기억이 있는 우리는 다른 외국어보다 일본어를 사용하면 의식이 없어 보이거나, 뭔가 좋지 않은 말을 사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일본어는 금방 일본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말들도 많습니다. 1860년대부터 일본에서는 서양의 말을 일본식으로 번역한 다양한 조어가 탄생합니다.

철학(哲学, philosophy), 개인(個人, individual), 과학(科学, science), 미학(美学), 미술(美術), 예술(芸術), 대학(大学), 중학교(中学校), 고등학교(高等学校), 백화점(百貨店), 철도(鉄道), 기차(), 헌법(憲法, constitution), 국회(国会), 공화제(共和制), 민주주의(民主主義), 여학생(女学生), 청년(青年), 경찰(警察), 신문(新聞), 잡지(雑誌) 등의 말입니다.

그 이유는 일본 정부의 서구화 정책으로 일본에 없었던 새로운 사상, 사회적 정치적 시스템, 사물들이 서구에서 유입되었는데, 그에 걸맞은 적절한 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자를 사용하여 새로운 말을 만들거나 혹은 중국 문헌에 있기는 하지만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던 말들을 가지고 와서 번역어로 사용하기도 한 거죠.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그리고 일본을 통해 근대문물을 받아들인 우리는 서구의 시스템과 서구의 사상을 일본에서 번역된 말로 배우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그 말들은 한자 말로 음차한 말이어서 별로 거부감없이 수용되었습니다. 이러한 말들은 이루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근대 이후 생겨난 말들 상당수가 일본에서 번역되어 한국에 유입된 말들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자택배달(自宅配達)’의 줄임말로 사용하던 타쿠하이, (택배, 宅配, たくはい), 시나기리(품절, 品切, しなきり)도 있고, 정치권에서 많이 사용하는 전향적이라는 말 표현은 마에무키(前向き)라는 일본말에 우리말에 많이 사용하는 적을 붙여 만들어진 표현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사용하는 “진짜?”라고 되묻는 어법 등도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일본어가 쉽게 한국에 유입되는 것은 우선 한자어라고 그대로 음차하면 한국어로 사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일 겁니다. 요즘 우리는 플랫폼, 딜리버리, 키오스크 등과 같은 영어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가능하면 우리말로 대체하여 사용하려는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러면서도 말이라는 것은 살아있는 것으로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그에 걸맞은 개념들이 생겨나는데, 꼭 우리말로만 표현해야 하느냐는 의구심도 드는 여름밤입니다. 

◆ 프로필

◇  이화여자대학 졸업

◇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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