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세계적인 코로나 펜더믹과 방역 실패로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여 긴급 조치를 거듭하던 일본 도쿄에서 올림픽개막식이 열렸다.

필자는 텔레비전 중계를 보면서 관중이 없어서 그런지 이번 개막식은 무미건조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회 선언을 한 나루히토 일왕도 코로나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한 상태라 그런지 '축하'란 표현 대신 '기념'이라고 표현했다.

게다가 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참가하는 우리나라 고유 운동 태권도는 일본 비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TV 생중계와 녹화 중계, 인터넷 중계 어디에도 편성 계획이 잡혀있지 않다고 한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시작부터 비정상적인 올림픽이 되었다. 

이번 개회식의 주제는 '감동으로 하나 되다'다. 전진·떨어져 있지만 혼자가 아니다·여기 우리 함께·이제는 빛날 시간·우리 가는 길에 비치는 희망 등의 개회식 소제목에서 볼 수 있듯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연대 의식을 강조했다. 또 다른 소제목은 '스포츠를 통한 평화'다.

전체 소제목을 놓고 보면 코로나 19 상황이지만, 인류의 연대와 평화로 희망을 향해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내포했다. 일장기가 입장하고 자위대가 그 일장기를 게양했다. '일왕 치세를 이어가자'라는 내용의 기미가요를 일본의 유명가수인 미샤가 올라가는 일장기와 함께 불렀다. 

기미가요는 군국주의와 이어지기 때문에 1999년이 돼서야 정식 일본 국가가 됐다. 대학가나 시민단체 소수민족 단체 등은 지금도 기미가요 부르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당시에도 궁내청 아악 부들이 멜로디만을 연주하기도 했다.

진보 계열 인사들은 '기미가요는 나치식 경례와도 똑같다'라고 주장을 펼칠 정도라고 한다. 기미가요는 극우단체들이 군복을 입고 전범들의 위패를 놓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할 때 꼭 등장하는 노래이기도 하다. 그런데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에서 이 노래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KBS, MBC, SBS 등 공중파 방송사 3사는 이 장면을 그대로 생중계했다.

‘기미가요(君が代)’는 ‘임금이 통치하는 시대’라는 뜻으로서 알다시피 일본 제국주의의 국가(國歌)였다. 기미가요 가사가 처음 발견된 곳은 905년에 발간된 고금화가집(古今和歌集ㆍ고킨와카슈)인데, 이때의 제목은 ‘기미가요’가 아니라 ‘우리 님은(와가 기미와, わが君は)’이었다.

11세기 초에 편찬된 화한랑영집(和漢朗詠集)에는 ‘님의 시대(君が代)’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여기에 히로모리 하야시(林廣守)가 독일 출신 음악가 프란츠 에케르트와 함께 현재의 곡을 만들어 1880년 11월 3일 일왕 메이지(明治)의 생일 때 처음 불리면서 국가가 되었다.

일본의 침략으로 고통을 받은 주변 국가를 배려하지 않고 기미가요를 올림픽에 사용한 것은 제국주의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일본의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한국의 방송들이 어떻게 기미가요를 너무 당연하게 국내에 그대로 내보냈느냐는 사실이다.

특히 틈만 나면 과거 정권을 친일정권이라느니 일부 언론을 친일파라느니 하며 비난하던 일부 언론의 이러한 행위는 더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우리 사회에서 기미가요는 금기로 여겨졌고 지금도 그 사정이 변했다는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

'천황의 통치시대는 천년만년 이어지리라. 돌이 큰 바위가 되고, 그 바위에 이끼가 낄 때까지'라는 내용의 기미가요는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한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는 조선인들에게 기미가요를 하루에 1번 이상, 또 일장기를 게양한 뒤에 이 노래를 부르게 하며 괴롭혔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기미가요는 미국에 의해 공식 국가로 사용하지 못하게 됐지만 1999년 공식 국가로 다시 법제화됐다. 일본 극우세력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때마다 기미가요를 제창하고 있다. 학교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에서 제창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일본의 일부 교사들은 기미가요를 부를 때 일어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고용을 거부당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본 연예인 중에서도 ‘J-POP 여왕’이라 불린 아무로 나미에 등과 같은 역사적으로 일본 본토로부터 끊임없이 고통과 희생을 강요당했던 오키나와 출신들은 기미가요 제창을 꺼릴 뿐만 아니라 그 존재 자체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1990년대 천황이 초청한 피로연에 참석한 아무로 나미에는 끝내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았다고 한다. 

2014년에는 JTBC의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기미가요를 송출해 비난이 일자 제작진이 사과문을 게재했다. 당시 책임 프로듀서는 보직 해제 처분을 받았고 프리랜서 음악 감독과의 계약은 파기되었다. SBS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시상식에서 기미가요를 60초 동안 내보내어 비난을 받았다.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위원회는 방송심의규정 제25조(윤리성) 3항에 따라 심의한 결과, 김보름의 시상 장면을 중계하며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의견을 모았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물론 국제적 행사에서 일본의 국가로 인정받으며, 스포츠 경기와 같은 곳에서 예기치 않게 튀어나오는 기미가요를 막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이 자신의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또 기미가요를 국가로 계속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군국주의로 인한 뼈아픈 과거사를 경험한 우리는 이제라도 이에 대한 나름의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먼저 국가적 차원에서, 국내 방송과 행사에서 기미가요를 사용하는 것을 법률상으로 금지하여야 한다. 그리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기미가요를 내보낼 수밖에 없을 때 자막으로 기미가요에 대한 설명을 넣을 필요도 있다.

예를 들면 ‘이 노래는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노래로 한국인을 탄압한 수단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일본의 패권주의를 고무하고 있는 노래이니 이에 대한 주의를 촉구합니다.’라는 식으로 노래 밑에 설명을 붙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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