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정부는 고용통계 발표 때마다 “고용이 늘었다”는 언급을 빠뜨리지 않는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통계 분식(粉飾)에만 치중할 뿐 정작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 역시 마찬가지다.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58만2000명 증가했다지만 고용 핵심 세대인 30대와 제조업 등에서의 감소세는 여전하다. 반면 60세 이상 0.8%P 증가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8.7%P 증가에서 보듯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만든 ‘세금알바 일자리’가 고용 증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산업별로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20만8000명이나 늘었지만, 제조업에서 1만 명, 도매 및 소매업에서 16만4000명이나 줄었다. 한편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8만4000명이 줄었지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11만3000명이 늘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이 고용원을 해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규 취업이나 창업의 시작 시기인 30대 취업자가 지난달 더 많이 줄어든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엉터리 일자리 대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국민 세금을 삼키고 있다. 5년간 일자리 예산 120조원을 퍼부었지만 금방 없어질 단기 공공 알바 일자리 450만개를 만드는 데 그쳤다. 

반시장·반기업 정책이 낳은 고용 참사로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고용보험기금이 바닥나자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조원을 투입해 기금을 충전하겠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일자리수석비서관까지 설치하며 고용 문제 해결에 공을 들였으나 2018년도 고용 실적은 민망할 정도로 나빴다. 전년도에는 취업자가 31만명 증가했지만 그해는 10만명에도 못 미쳤다. 당시 성장률이 2.7%였으니 경기를 탓하기도 어렵다.

지난 2018년 소득주도 성장 성적표에 불리한 통계가 나오자 현 정부는 통계청장을 교체했다. 당시 통계청장은 물러나면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돼선 안 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숫자로 목표를 관리하는 것은 기업이나 정부나 다를 게 없다. 역대 정부치고 숫자관리에 목매달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하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기업이야 사업환경을 치밀하게 분석해 목표를 세운 후 생사를 걸고 덤벼들지만, 공무원들은 보여주기 식 숫자에 능한 까닭에 목표를 제시할 때부터 달성이 불가능하단 걸 스스로 안다.

정부는 그동안 휴지 줍기, 새똥 닦기, 교통안전 지킴이 같은 온갖 명목의 ‘가짜 일자리’를 60만~70만개 만들어 고용지표 눈속임을 해왔다.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층의 ‘세금알바’였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취업자 감소폭이 20만~40만명 대를 유지한 것도 정부가 대거 만든 고령자 세금알바 덕분이었다. 일시휴직자도 취업자 통계에 포함시켰다. 이 가짜 숫자를 내놓고 “고용이 개선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른바 일자리 분식(粉飾)이다.

정부의 고용 정책 실패는 코로나 이전부터 심각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 52시간 근무 등 일련의 정책으로 100만 소상공인이 줄폐업하면서 일자리가 수십만 개 사라지고 저소득층 근로소득이 감소해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금 고용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저소득자,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 있어 회계 분식은 중대 범죄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아전인수식 통계 분식은 국민을 속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책 효과를 왜곡해 국정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간다. 그리스는 재정 적자 통계를 조작했다가 들통이 나 2011년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다. 

언제부턴가 정부 통계를 믿지 못하게 돼 버렸다. 아무리 조사 방법이나 표본에 따라 오차가 있다고 하지만, 발표되는 결과는 조사마다 들쭉날쭉하고 체감하는 여론과도 거리가 멀다.

일자리 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 대통령도 수차례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는 정답을 이미 제시했다.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신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고용 유연성을 높이면 기업들은 알아서 채용문을 연다.

조작된 통계수치와 여론은 불신을 받고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그러기에 ‘통계의 함정’에 빠지거나 통계를 악용해 억지 주장을 펼쳐서는 안 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숫자를 만지는 사람이 거짓말을 할 뿐이다.” 어느 정치인의 이 같은 논평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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