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우려 넘어 명확한 대안 없는 현실 인정해야

[뉴스워치= 송현섭 기자] 전 세계적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탄소중립을 중장기 과제로 설정한 정부가 올 여름 폭염에 따른 전력 수급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탈원전 정책기조 유지와 함께 탄소배출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생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당장 부족한 전력 소비량을 원자력 발전 이외에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올 들어 수출주력 제조업의 활력이 되살아나 공장을 가동하는데 들어가는 산업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건설업 역시 수도권 제3기 신도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불황국면이던 지난 2019년과 작년보다 철강재와 시멘트 등 건자재 수요도 급격히 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일반 국민들의 증가한 냉방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일시적으로 전력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등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정부는 급한 대로 신월성 1호와 신고리 4호, 월성 3호기 등 원자력 발전소 3기의 가동을 통해 3100MW의 전력을 추가 공급키로 했다. 

심지어 급하게 석탄발전소 가동률을 높이는 고육지책은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정부는 또 불요불급한 공공기관 냉방도 줄이는 등 수요 억제를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모양새다.

특히 올 여름 전력 수급난을 계기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태양광을 필두로 풍력, 지열 및 바이오매스를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 발전은 여전히 원자력 발전의 효율성에 못 미치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자는 주장이 눈길을 끈다.

물론 글로벌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정당성과 합리성을 갖춘 세계적 정책 과제다. 

일부 특정국가나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체로서의 지구를 변화시키고, 여기에 사는 70억명 넘는 인류의 미래와 연결되는 거대한 협력과 실천이 필요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탄소중립의 실현이 반드시 탈원전으로 귀결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쓰리마일섬,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 충격적인 대형 원전사고 사례를 무시할 수 없지만 원전의 발전 효율성과 안전성은 이미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만약 휘발유 자체의 무시할 수 없는 폭발력을 생각하면 내연기관 자동차는 아예 생산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불과 100여년 전 미국에서는 휘발유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사례가 있었다는 점에서 현재 같은 세계적인 가솔린 차량 보급은 정말 놀랄 일이다. 

제조과정에서 엄청난 가열을 통해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뽑아내는 제철소의 고로 역시 그 위험성만 생각한다면 즉시 가동을 중단해야 할지 모른다. 인류는 언제나 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왔고 앞으로도 폭발력 있는 원료로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안전하게 다룰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인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사용을 주저하거나 외면할 경우 우리는 문명발전의 뒤안길로 물러설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몇 년전 필자가 참석했던 모 행사에서 막대한 전력을 생산해 인류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원자력이란 에너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던 전문가의 말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정부가 당장 전력난 때문이 아닌 원자력을 대체할 대안이 없다는 현실적 인식 아래 이데올로기적 목표 달성만 위한 탈원전 정책은 이제 포기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송현섭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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