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몇 해 전, 한전 및 한전그룹사,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들이 갑질문화 청산과 청렴실천에 발벗고 나서자며 캠페인을 벌일 정도로 공기업의 갑질과 비리는 끊이지 않았다. 

공기업의 갑질은 여러 형태로 진행되었다. 그중 하나는 업무협조 명분으로 민간기업 직원이 공공기관으로 불려가는 일이었다. 건설사한테 발주처 공기업은 ‘슈퍼 갑’이라 할 수 있다. 시공사 관계자를 불러서 일은 시키되 결실은 본인들이 챙긴다. 공기업 고위 직원은 마치 자사 직원 부리듯이 시공사 담당자들에게 무리한 업무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는 일거리를 시공사한테 주는 권한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반 국민들은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공무원 특별공급은 공정하지 않다. 오랜 기간 무주택자여도 당첨에 필요한 가점을 채우지 못해 먼 출퇴근길로 고생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신청 요건이 엄격해 한동안 신청도 못하는 이가 많았다. 일반인들은 갈아타기를 할 때 기존 집이 안 팔리거나 해서 6개월 내에 전입신고를 못하면 대출을 회수당한다. 그런데도 공무원은 2주택자 이상이 아니면 아파트를 특별공급 받는다.

‘염불보다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는 말은 맡은 일엔 정성을 안 쏟고 잇속에만 매달리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최근 이런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 여러 공기업을 둘러싸고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세종시로 공공기관 직원들이 옮겨가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려는 ‘특별공급 아파트’ 정책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국가균형발전’은 빛바랠 위기에 처했다. 

관세청 산하 기관인 관세평가분류원은 171억원의 국민 세금을 투입해 연면적 4915㎡짜리 '유령' 신청사를 세종시에 짓고, 이를 빌미로 소속 공무원 49명이 세종시 아파트 공무원 특별공급을 받아 2억~5억원 이상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평원은 수도권이 아니라 세종시 바로 옆 대전에 위치해 있다. 세종시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아닌 것이다. 관평원은 이를 위해 수많은 불법과 편법을 자행했다.

관평원 외에도 정부부처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들이 세종시 아파트를 편법으로 공급 받거나 살지도 않으면서 시세 차익만 챙긴 사례가 추가로 확인됐다.  

한국전력공사 직원은 지방 통합사옥이 세종시에 지어진다는 이유로 세종시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아파트를 배정받았다. 새만금개발청과 해양경찰청 공무원은 세종시를 떠났는데도 특별공급 아파트를 ‘반납’하지 않아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누리고 있다.

세종시 아파트 특별공급 제도는 신행정수도 활성화와 원활한 공직 수행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정부는 이를 명분으로 2만5000여 채의 아파트를 공무원들에게 공급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세종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이나 민간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을 받고도 현재 실거주하지 않는 사람은 전체의 4분의 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K의원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에서 분양된 특별공급 아파트 1만7995채에 대해 취득세 607억원 감면 혜택이 주어졌다”고 밝혔다. 한 채당 평균 337만원의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은 셈이다. 또 세종시로 청사를 이전한 부처 공무원들은 이전지원비 명목으로 1인당 월 20만원씩 최장 2년간 총 480만원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은 한때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노심초사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시민단체들이 공동대책기구를 결성하여 반원전 반핵 활동을 벌였다. 그래서 매년 3월이 되면 국내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반원전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원전 시공사 홍보담당자들도 모여야 했는데, 당시 한수원 고위 임원의 황당한 발언은 자괴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공사의 원전 안전성 홍보실적을 점수로 매겨 원전 시공사 선정 때 고려하겠다.” 이 문제의 발언은 건설업계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발주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무언의 압박을 가하던 한수원이 그 후 ‘뭔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힘들다. 조직 내부에선 납품비리 개입 의혹, 해외 현장에서 외국인 여성 상습 성추행 등 윤리 도덕적으로 문제를 연달아 일으킨 바 있다. 이런 한수원이 한때 윤리경영을 선도하는 대표 공기업으로 인정받은 것을 보면 씁쓸해진다.

한수원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여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국가 경제 발전의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다. 그런 만큼 최상의 청렴수준을 유지할 것을 부여받고 있다.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향응을 제공받으면 안 된다. 그렇기에 한수원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옳은 일을 처음부터 올바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반부패경영시스템 업무의 기본 정신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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