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곪은 상처는 드러내 제대로 치료해야 몸이 건강해진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지속 발전은 경영자 혼자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오늘날 기업이 크든 작든 성장을 오래도록 이어가려면 구성원 모두 윤리경영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성추행 같은 범죄행위를 방조하거나 은폐하려 해서는 지속성장을 구가할 수 없다.

국내 가구 A업체는 사내 임직원의 성추행과 은폐 시도, 그리고 실적악화와 주가폭락 등 연이은 악재로 사면초가에 빠진 적이 있다.

승승장구하던 회사에 이상 징후가 생긴 것은 2017년부터다. 그해 하반기 한 여직원이 사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회사 측이 이를 덮으려 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샀다. 소비자들이 사내 성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이 업체를 ‘불매 기업 리스트’에 올려 공유하고 불매운동에 나섰다. 소비자들은 제품 불매뿐만 아니라 홈쇼핑 이커머스에도 압박을 가해 판매방송을 못하도록 했다. 

2018년에도 한 임원이 여성 직원을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울분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주부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확산되었고, 이 회사 제품의 판매액은 떨어졌다. 주요 매출처인 홈쇼핑에서 판매를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출 급감과 함께 일부 홈쇼핑은 이 회사 제품 방송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H그룹의 세 모녀 막말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어떻게 사람으로서 저럴 수 있을까 의아할 정도로 충격을 받는다. 평상시의 말투도 그것과 비슷하다 그러는데, ‘짐승의 부르짖음’에 다름 아니다. 상대방의 인격은 깡그리 무시되고 있고, 심지어 폭행까지 자행되고 있다. 자본의 힘이 이상한 괴물들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 모녀가 비슷한 행태의 막말과 괴음을 내는 걸 보면 닮아도 너무 닮았다. 

국민의 공분을 사는 대상은 비단 대기업 오너 일가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 간식’ ‘국민 야식’ 먹을거리로 명성을 떨치던 프랜차이즈업계가 오너 회장님들의 갑질과 성추행 등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일부 ‘졸부’ 오너들의 악행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비난을 받은 것이다.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일부 외식업체 오너 일가의 일탈로 업계 전반에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지난 몇 년 사이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등극한 창업주 오너들이 갑질의 대명사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오너 리스크로 국민 불신이 만연하고 불매운동까지 일어났다. 오너 리스크는 브랜드 이미지에 그대로 반영돼 애꿎은 수천 명의 가맹점주가 그 피해를 뒤집어쓰고 있다. 

 모 치킨 전(前) 회장은 사법부로부터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무죄를 주장하던 전 회장은 물론, 회사에 대한 이미지 실추는 면치 못했다.

전 회장의 성추행 논란은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져 가맹점의 매출하락으로까지 이어졌다. 그 불똥은 고스란히 가맹점주들이 떠안아야 했다. 실제 2017년 해당 사건이 알려진 후 전월 대비 가맹점당 20~40%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전 회장 성추행 사건은 이른바 ‘OO방지법’까지 탄생시켰다. 이는 오너 리스크로 인한 가맹점의 피해를 가맹본부에서 배상하는 것을 골자로, 현재 시행 중이다.

또 다른 모 치킨 역시 오너 일가의 갑질로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해 수많은 가맹점주가 피해를 봐야 했다. 언론에 공개된 폐쇄회로TV(CCTV) 영상에는 이 회사 회장의 6촌 동생인 K상무가 직원들을 폭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부랴부랴 사과했지만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6촌과 회장 물러나라'는 등의 국민 청원이 봇물을 이뤘다. 결국 K상무는 회사를 떠났고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교촌치킨 창업주 권원강 전 회장은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한 사재 출연 약속을 이행한다. 교촌에프앤비는 권 전 회장이 1300여개 전국 교촌치킨 가맹점주에게 총 1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증여한다고 밝혔다. 권 전 회장은 지난 3월 교촌에프앤비 창립 30주년을 맞아 사재 출연을 약속한 바 있다.

권 전 회장은 가맹점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재단 설립 등 간접 방식이 아니라 직접 수혜가 가능한 주식증여를 택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맹점주를 위한 상생의 실천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증여를 통해 전국의 교촌치킨 가맹점주는 운영기간에 따라 최소 200여 주에서 최대 600여 주를 받게 된다. 현재 주가로 환산하면 약 400만~1200만원 상당이다. 

윤리경영은 투명성 확보와 성과 향상으로 이어져 기업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이것이 윤리경영을 하는 중요한 목적이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윤리규범을 정해두고 임직원들이 그에 맞게 행동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 어디든 윤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갑질이나 성추행 등이 발생했을 경우 윤리규범에 입각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은폐하거나 조작한다면 사회적으로 커다란 저항에 부닥치게 된다. 불매운동으로 큰 손실을 보고, 심지어 상장폐지라는 사형선고를 받을 수 있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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