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건설업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인정해 2022년 7월부터는 주택이 완공된 이후 바닥충격음을 측정해 소음 차단 효과를 확인하는 ‘사후확인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사후에 평가한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이 기준에 미달하면 건설사는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아파트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특허 등록 및 특허 출원을 마쳤다. DL이앤씨도 3중으로 층간소음을 잡아낼 수 있는 바닥구조를 개발, 특허를 출원했다. 롯데건설과 삼성물산은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연구 부서를 신설해 기술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층간소음 문제는 연예인들도 자유롭지 못했다. MC 이휘재나 개그맨 이정수, 안상태 등 유명인들이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이웃과의 분쟁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얼마 전 서울 영등포의 한 아파트 단지 9층에 사는 30대 남성이 위층에 사는 60대 남성에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흉기를 휘둘렀다. 두 사람은 평소 층간 소음 문제로 평소에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지난주 경기 안양의 한 아파트에선 윗집과 층간 소음 문제로 갈등이 있었던 아랫집 남성이 윗집 현관문에 인분을 발랐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50대인 이 남성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3번이나 자신의 인분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가 입건됐다.

최근 환경부 산하의 층간소음 중재기구인 한국환경공단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집계된 층간소음 관련 민원은 4만2250건이었다. 이는 2019년 2만6257건보다 무려 61%나 늘어난 수치다. 전화 상담만으로 해결되지 않아 방문상담을 요청한 민원은 지난해 1만2139건으로, 2019년 7971건에 비해 52.3% 증가했다.

이처럼 층간소음 갈등이 증가한 것은 확산되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외출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 재택근무나 온라인 수업 등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층간소음은 남의 일이 아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라면 한번쯤 피해를 주거나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건축 구조의 원인이 크다. 2014년 이후에 지어진 아파트는 층간 두께와 바닥 충격음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에 층간소음이 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2019년 감사원에서 발표한 감사내용을 보면 개선된 내용이 없다. LH와 SH가 시공한 22개 공공아파트와 민간 건설사에서 시공한 6개 아파트의 층간소음을 측정한 결과, 전체 96%에 달하는 184가구가 사전에 인정받은 성능 등급보다 실측 등급이 하락했다. 60%에 해당하는 114가구는 아예 최소 성능 기준에도 못 미쳤다. 

건설사의 시공 절차는 부실했다. 대상 아파트 중 88%가 시방서와 다르게 바닥구조가 시공됐다. 성능 인정을 받은 바닥구조재라 하더라도 견본 세대에서 소음 성능을 재확인한 후 본 시공에 착수해야 했지만, 절반 이상의 현장에서 시공상 편의를 이유로 이런 절차를 생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눈속임 시공을 했다는 말이 된다. 수익 창출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건설사의 과욕이 층간소음을 부추긴 측면이 있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아파트의 층간소음은 다양한 형태의 문제점들을 야기했으나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아파트의 층간소음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위층의 바닥임과 동시에 아래층의 천정이 되는 콘크리트의 두께를 두껍게 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의 바닥두께가 두꺼워지면 그만큼 건축비가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곧 분양가 상승요인으로 이어진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바닥이 두꺼워지면 가구당 200만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바닥두께 조절 외에 아파트의 층고(層高)를 높이거나 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 등 대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건축비용 증가 등으로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파트를 미리 계약하는 아파트 분양 방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고 지적한다. 

예전에는 아파트에 이사를 오면 기존 입주민들에게 ‘이사떡’을 돌리며 새로운 이웃이 되었음을 알리는 풍습이 있었다.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웃 간 왕래가 없다 보니 앞집 윗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사소한 문제로 오해와 마찰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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