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을 배우기 위해 그리고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제3의 물결'과 '부의 미래'의 저자로 잘 알려진 고(故) 앨빈 토플러 박사가 2007년 방한 때 한국사회를 진단하며 남긴 뼈아픈 지적이다.

한국에 애정과 관심이 많았던 앨빈 토플러는 20년 전인 2001년 김대중 정부의 의뢰로 '21세기 한국비전'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여기서도 그는 한국 교육이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과 대량생산 체제의 산물인 획일적 교육공장을 탈피해 다양성을 증진하고 학생들의 개성과 능동적 선택을 강화하는 다변화된 체제로 변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설명회를 들어야 대학에 갈 수 있을 정도로 대학입시 과정은 복잡다단하다. 요즈음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다가올 입시를 대비하기 위한 입시설명회가 온라인 비대면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어 학생과 학부모 대부분은 만족감이 높다고 한다. 

세월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와 주택청약 제도는 그 내용을 공부해야 할 만큼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국민의 뜨거운 관심사가 된 이 두 제도는 날이 가면 갈수록 우리와 유리되었고, 그로 인해 들여야 하는 사회적 비용 또한 증가해 왔다.

대학입시와 주택청약의 공통점 중 하나는 쉽고 단순했던 내용이 나중에 수정되고 보태지다 보니 ‘난수표’가 돼 혼란스럽고 헷갈리게 됐다는 점이다. 대학입시와 주택청약 제도는 조변석개(朝變夕改)식 변화를 반복해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대학 갈 수 있는 방법을 조합하면 몇 백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한 번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편히 쉬지도 못하고 논술고사를 보기 위해 또 다시 여러 대학을 오가며 고군분투해야 한다. 학부모들의 염려와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금의 대한민국 대학입시 제도는 입시지옥을 지나 ‘괴물’이 돼 버렸다.

대학입시가 깜깜한 미로(迷路) 찾기에 다름 아니다.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자 수시와 정시를 포함해 6번 이상 대학을 선택해 지원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데, 이것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우선 수능시험을 포함해 여러 번 시험을 치러야 하기에 심리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대학 가는 길을 누가, 왜 이렇게 험난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은 검찰이 기소까지 한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갖가지 불법 혐의에 대해 “합법적 불공정”이라며 일찌감치 면죄부를 줘버렸다. 그래 놓고 취한 조치가 대입 정시모집 비율을 느닷없이 늘리는 것이었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교육개혁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도외시하고 입시 제도만 뜯어 고친 꼴이 돼 버렸다.

한국에서 대학입시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다른 어떤 교육정책보다 강력하다. 대입제도의 변경은 전국 고교의 교육과정에 영향을 주고, 심지어 중학교와 초등학교 재학생과 학부모들에게도 파급력이 크다.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하다. 

지난 20년간의 크고 작은 입시제도 및 교육과정 개편 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오락가락 요란하게 변죽만 울렸을 뿐 입시지옥과 사교육비 문제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수능시험 성적에 따른 대학 서열화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 채, 정치적 의도를 수반한 정책들을 쏟아내며 중등교육 기관만 흔들어대니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와 학교의 혼란과 갈등만 가중되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는 자사고·특목고를 없앤다고 해서 자동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미로(迷路) 같은 대학입시를 풀어줄 혜안은 보이지 않는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는 재미있어야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재미 예찬론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사는 게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은 창조적이 된다”라고 말한다. 재미가 삶을 살게 하는 에너지의 근원이며 행복의 원천이라고 강조한다. 백번 공감되는 말이다. 

‘공부라는 기술을 이용해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는 삶의 기술 중 하나일 뿐이다’라는 서강대 이기진 교수의 칼럼 문구도 가슴에 와 닿는다. 

유튜브 방송에서 한 정치인이 수능시험 폐지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운다. 그가 말하는 교육, 특히 대학입시 공약은 파격적이다.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교육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세계적인 천재라도 대학 입시에서 낙방할 것”이라며 “고등학교 3년 동안 한 과목만 시험을 보게 하고, 그 점수를 합산한 총점으로 대학에 지원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부담과 고생을 좀 줄여보겠다는 마음에서 이런 공약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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