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초등학교 졸업 후 30여 년 만에 그 시절 담임 선생임을 뵌 적이 있다. 당시는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필자는 정년을 목전에 두고 교장 선생님으로 계신 선생님께 이름을 말씀드리고 인사를 드리니 선생님은 ‘추억에 남는 이름’이라며 정말 반겨주시었다. 필자는 아주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에서도 한 분 이상의 기억에 남는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필자는 선생님으로부터 지식을 배웠지만, 그 이상의 감동과 삶에 대한 지혜를 배웠다. 선생님이 계시는 교육 분야는 여느 분야 못지않게 고유한 전문성을 지닐 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넘어서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교사나 교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존경한다. 이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교사나 교수, 박사와는 질적으로 다른 호칭이다. 대학 때 어떤 교수님이 자신을 교수라는 호칭 대신 선생이라고 불러 달라고 주문하시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은 직업의 명칭도 지위도 아닌 가르침을 주시는 분을 향한 높임말이다.

그런데 어느새 학생들에겐 학교보다 학원이 중요해졌다. 학교는 단지 평가의 장이 되었고 오히려 지식을 익히는 곳은 학원이 되었다. 사교육의 열풍은 코로나 19 팬데믹에서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학교는 새로운 지혜를 배우고 친구들과 추억을 쌓고 선생님에게 지혜를 배우는 공간으로의 비교할 수 없는 자신의 고유한 가치를 상실해가고 있다. 어쩌면 선생님의 의미는 변질되고 이제 단지 전문직 교사로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세상은 효율성을 추구한다. 사람과 기업은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고 좋은 결과만 산출되면 그것에 만족해한다. 교사가 전문성을 강조하고 선생님으로서의 존경을 잃어버리다 보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교사라는 직업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인간 운전자를 대체하는 것처럼 의사도 변호사나 판사도 그리고 어쩌면 교사도 인공지능으로 대체될지도 모른다. 학생은 교과 지식을 풍부한 데이터로 무장하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이라는 과학기술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인공지능으로부터 배우게 될 것이다.

오늘날 학교 교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효과적인 방법으로 지식이 전수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AI는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특성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어 현재보다 효율적인 수업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이 인공지능에 의해 가르침과 상담, 돌봄을 받는다는 것은 뭔가 어색하다. 잘못된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하다간 인간다움을 잊어버린 인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선생님은 '인간'을 길러내는 존재이다. 선생님은 학생을 무한 책임진다. 때문에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전능한 존재로 아무런 흠이 없어야 한다. 선생님은 인격적 모범으로써 학생을 가르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교사가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학생에 밝히는 바람에 절반 정도의 학생이 익히 그들의 부모에게서 듣던 이야기와 다른 내용으로 혼란을 겪게 한다는지, 학생이 실수한 것을 다른 학생 앞에 공개하여 무안을 준다든지, 학습에 필요한 준비물을 크기는 몇cm로 하고 재질은 무어로 하라며 학생의 힘으로 할 수 없을 정도로 까다롭게 주문한다든지 등등의 일들이 벌어지면 학생은 선생님에게서 더욱 멀어지게 된다.

학기 초가 되면 학생들은 심리 검사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교사는 교내외의 상담을 권유한다. 물론 그 교사는 학생이 학교에 들어오기 전의 삶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어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데 한계가 있다. 학생에 대해 잘 모르기에 바람직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찾아줄 수 없다.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기도 두렵다. 따라서 아주 쉽게 상담소에 넘기게 된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그런데 학생이나 학부모로선 여간 부담되는 게 아니다. 기성세대는 대부분 상담소와 거리가 있다. 학생으로서도 상담은 비록 흠이 되는 일이 아니라지만 정작 당하게 되면 당황스럽고 불안하다. 순간 선생님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 존재가 된다. 그래서 심리상담은 학부모 면담을 하고 어느 정도 학생에 대해 파악을 한 후 시행하고 또 별도 상담 결정은 신중하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적절한 상담은 필요하지만 남용되어선 안 된다. 아는 지인이 자기 아들의 교사가 약간의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아들을 상담소에 데리고 가라고 여러 차례 불러서 상담소 몇 군데를 갔는데, 모두 아이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더라며 분개하는 것을 보았다. 평소 이 교사는 강박 증세 같은 게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해당 교사도 상담을 받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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