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만으로는 못살아남아’…정유경 총괄사장, 차세대 먹거리 ‘화장품’ 낙점
신세계, 휴젤 인수설에 긍정도 부정도 안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 없다"
2012년부터 뷰티브랜드 내놔…비디비치·연작스위스퍼펙션도 정 사장 작품
신세계百 검토 중인 보톡스기업 ‘휴젤’…주제품 ‘레티보’ 앞세워 가파른 성장세

(왼쪽부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사진=신세계그룹
(왼쪽부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사진=신세계그룹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 이어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마저 화장품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공격적인 M&A 행보를 펼치고 있다.

게다가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이 화장품 사업 확장 차원에서 보톡스 기업 ‘휴젤’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연 실제 인수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달 13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휴젤 최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이 44.4% 지분을 100% 매각하는 조건으로 최대 20억달러(2조2000억 원) 가격 수준에서 협상을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 CG. /사진=연합뉴스
신세계 CG.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신세계는 휴젤 인수소식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한 적은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고 공시했다. 아울러 <뉴스워치> 본지 전화통화로도 “휴젤 측과 만나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히며 인수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사실상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신세계가 보툴리눔 톡신제제(이하 보톡스) 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은 화장품 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패션 사업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해 10년 전부터 색조 화장품 사업 등 화장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점찍고 공격적인 M&A행보를 벌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하 SI) 화장품 분야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비디비치’ 화장품.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인터내셔날(이하 SI) 화장품 분야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비디비치’ 화장품.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제로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2012년 자체 색조 화장품 브랜드인 비디비치를 60억 원에 인수해 재론칭한 바 있다. 실적도 쏠쏠하다. 비디비치 브랜드 인수 이후 매출은 2012년 19억 원에서 2019년 2000억 원으로 100배 이상 성장했다.

2018년 자체 스킨케어 전문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연작’을 출시한 데 이어 세계 1위 색조 제조업체인 이탈리아의 인터코스와 합작법인을 설립, 6성급 호텔 스파에서 사용하는 최고급 스위스 브랜드 스위스퍼펙션 인수도 정유경 총괄사장의 손에서 나온 작품이다.

2018년 선보인 스킨케어 전문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연작’.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2018년 선보인 스킨케어 전문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연작’.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그 결과 2020년 기준 화장품은 전체 매출의 24.8%, 영업이익 92.8%를 차지할 정도로 백화점 내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유통기업 입장에서도 화장품 사업은 충분히 매력적인 분야로 손꼽힌다. 다른 제품군과 비교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데다 한국콜마나 코스맥스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의 생산 인프라를 활용하면 별도의 대규모 투자 없이도 어렵지 않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기존 백화점·면세점 유통 채널, 디자인 인력, 주요 고객 데이터 또는 제약 기술 등을 활용하면 시장에 안착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게다가 중국‧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보톡스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한다는 점도 휴젤 인수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만드는 요소다. 실제로 신세계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주요 공략 시장 중 하나다.

아울러 휴젤은 올해부터 자사 주력 보톡스 제품인 ‘레티보’ 판매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투자에 고삐를 쪼이게 만든 요소가 됐다는 평가다.

휴젤은 작년 10월 중국 보건당국으로부터 레티보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보톡스 시장에 첫 발을 들였다. 연내 3000개의 병의원에 보톡스 제품 납품을 목표하고 있으며, 4월 말 기준 900여개의 영업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수출 목표는 연간 250억 원으로 1분기에 약 80억 원을 달성했다.

다만 유통기업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다고 해서 사업 수익성이 항상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화장품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곳이 셀트리온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직접 나서 힘을 실어준 셀트리온스킨큐어는 2013년부터 8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서 회장은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을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로 선임하면서까지 화장품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으나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화장품 사업은 코로나로 인한 기저 효과가 큰 사업 분야 중 하나인 데다 전 세계적으로 보복 소비가 시작되면서 화장품 실적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비대면 소비에 대한 선호는 여전한 만큼 오프라인 매장 보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통 채널을 먼저 선점하는 브랜드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휴젤은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 1위 업체다. 흔히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톡신은 미간 주름 개선하는 등 미용성형 시술에 사용되는 바이오의약품 제재다. 휴젤은 지난 2001년 설립된 2010년 전세계 6번째로 보툴리눔 톡신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2015년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서 공동 설립자 3명 가운데 2명은 가지고 있던 지분을 처분했으며, 나머지 1명은 2017년 베인캐피털에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지난해 휴젤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110억원, 영업이익은 780억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해외 진출에도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해외 시장 확대에 종횡무진하고 있다.

휴젤 대표 보툴리눔 톡신(이하 보톡스) 제품 ‘레티보’. (사진=휴젤)
휴젤 대표 보툴리눔 톡신(이하 보톡스) 제품 ‘레티보’. (사진=휴젤)

앞서 2015년 미국 진출을 위한 임상3상을 진행했으며, 올해 3월 말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자사 보툴리눔톡신 제제 ‘레티보’ 품목허가 신청서(BLA)를 제출해 승인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품목허가 심사 기한은 내년 3월 31일이다.

앞서 휴젤은 지난해 10월 국내 보툴리눔톡신 기업 가운데 처음 중국에 진출한 바 있다. 휴젤은 중국과 유럽에 이어 내년 미국 보툴리눔톡신 시장 진출을 마무리 짓고 향후 3년 이내 보툴리눔톡신 진출국을 28개국에서 59개국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김주경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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