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 줄줄이 상장폐지·유의종목 지정 등 코인 정리 태세 
거래소 생존 전략이 투자자 피해로…거래소, 금융당국 향한 비판 거세

지난 9일 빗썸 강남센터 현장. 사진 내 정보 등은 기사와 관련없음(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빗썸 강남센터 현장. 사진 내 정보 등은 기사와 관련없음(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검증 시스템이 없었다. 무더기 상장을 한 거래소와 이를 묵과한 금융당국 책임이 크다"

"금융당국이 위험하다고 거듭 만류할 때 풀매수했던 사람들 책임이 100%, 보상할 이유가 없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정부 정책에 발맞춰 코인 정리에 나서면서 터져나온 의견들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일방적이고 기습적인 상장 폐지에 반발하며 피해가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 결정이 정당하다며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간 가상화폐 가치가 롤러코스터를 탔던 것처럼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에 따라 코인거래소들이 우후죽순 쏟아졌던 코인들을 정리하고 있는 데 따른 후폭풍 역시 무척이나 거세다.

◇국내 1,2,3위 규모 거래소 줄줄이 코인 정리 행렬

17일, 가상화폐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11일, 업비트가 5가지 코인을 폐지하고 25가지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이후 일주일째 다양한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너도나도 코인 정리에 나섰다.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염두에 둔 거래소들이 코인을 상장폐지하거나 아예 마켓 문을 닫고 있는 현상은 이른바 '잡(雜)코인 솎아내기' '잡코인 청소'로 불리고 있다.

이는 금융위원회 및 금융권 입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거래소 등이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을 중개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지정한 요건들을 점검하고 통과시켜야 하는 절차 및 범죄 우려에 따라 오는 9월로 예고된 가상화폐 거래소의 은행실명계좌 발급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라 거래소들로서는 서둘러 불량 코인을 걸러내고 문제 소지가 될 만한 요소들을 없애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1일 업비트의 일부 코인에 대한 원화거래정지 및 유의종목 지정에 이어 15일에는 국내 3위의 코인빗이 한밤중 기습적으로 코인 8종류의 상장 폐지 및 28종 코인 유의종목 지정 조치를 취했다.

다음날인 16일에는 포블게이트가 3종의 코인 거래 지원 종료를 공지하고 나섰다. 거래대금이 국내 두 번째 규모인 빗썸도 17일 오전 코인 4종의 거래 지원을 종료하고 2종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문제는 투자자들이다. 투자자들로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으로 일처리를 하는 거래소 때문에 피해가 크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해외와 비교해서도 국내 거래소들이 갖가지 코인들을 검증 절차없이 무더기로 받아놓고 정부 규제에 다급하게 정리 절차에 나선 것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국내 4대 거래소 상장 가상화폐를 살펴보면 한 곳단 100여개가 넘는 종류의 코인들이 상장돼왔다. 많게는 200여개에 육박하는 거래소도 있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등 50개 안팎인 해외 상황과 무척 대비되는 상황이다.

여러 가지 코인에 투자했다는 40대 임모 씨는 "투자한 코인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불안하다"면서 "사실 듣도보도 못한 코인들이 많았던 상황이었는데 거래소들이 상장해놓고 이제와 폐지나 유의종목으로 지정해버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 된다"고 토로했다. 임 씨는 "사실상 거래소들은 수수료 수익만도 어마어마한 수준인데 이런 행태야말로 먹튀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다른 가상화폐 투자자인 김모(46) 씨는 지인 추천으로 억대 수익을 노리고 투자했지만 거래소들의 잇따른 잡코인 솎아내기 조치에 불안한 상태라면서 "지금까지 가상화폐 투자액이나 거래소 일일수익 같은 통계는 내오면서 조치없이 우려만 한 금융당국이나 이득만 올린 거래소 모두 책임이 있다"며 "상장폐지 등 조치로 인해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으니 출금할 수 있다고 해도 투자자 피해는 막을 길이 없다. 투자자들이 단체로 보상을 요구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거래소만 살아남으면 그만? 투자자보호 실종

업계에서도 거래소의 이같은 기습 조치는 투자자 보호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와 관련한 법을 시행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현재 일부 거래소들의 행태를 보면 투자자 보호는 나몰라라인 상태"라면서 "거래소들만 살아남겠다는 몸부림으로 보이는데 이런 식이라면 피해자만 양산될 뿐 금융당국 조치의 기본적 취지조차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가상화폐에 대한 우려는 오래 전부터 나왔던 상황이지만 법 시행이나 규제는 다급한 면이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조금 더 일찍 움직이고 거래소 절차가 차근차근 진행됐다면 혼란이 줄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실제 금융당국의 미흡한 진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은 현장 컨설팅을 비롯해 상장 폐지 및 유의종목 지정 가상화폐 목록 등을 보고 받고 있지만 일부 거래소 행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폐지당하거나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가상화폐 업체 일부는 법적으로 따지겠다며 강경 대응 입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반면 이같은 상황이 당연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황모(51) 씨는 "이미 수차례 정부 차원에서나 금융 전문가들 차원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데 그 말을 듣지 않은 건 투자자들"이라면서 "거래소들의 잡코인 정리도 진작 진행됐어야 할 일을 이제 하는 것이다. 피해는 전적으로 그들의 몫"이라고 일침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일부 투자자들의 원금 회수 보상 등은 금융당국이나 정부 차원이 아닌 거래소와 투자자 간 해결해야 할 일이라거나 이참에 가상화폐 시장이 제대로 정리돼야 한다는 의견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 가상화폐 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정리 행보에 더해 가상화폐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코인 문제, 거래소 직원은 앞으로 코인 거래를 하지 못한다는 등 규제들에 따라서다. 다만 이 가운데 거래소들의 코인 정리 기준이 명확하지 못하다면 비판과 불만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들의 코인 정리 사유를 보면 내부 자체 평가 기준, 투자자 보호 목적이라는 등 이유가 대부분이다"면서 "거래소나 더 나아가 금융당국에서 명확한 기준이나 세칙이 존재하지 않기에 거래소가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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