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올해 초 수제맥주 전문 브랜드 ‘KBC’ 론칭해 수제맥주 공략
GS25·CU와 협업해 ‘노르디스크’ 맥주, ‘백양BYC 비엔나 라거’ 2종 출시
테라 맹추격에 오비맥주 매출 14년만에 뒷걸음질…위기감 반영된 행보
롯데칠성, 수제맥주 ‘OEM 생산’ 착안…공장 가동률 높이며 쏠쏠한 재미
주류업계 “수제맥주까지 잠식하냐 VS시장 1위 위한 불가피한 선택” 양분

오비맥주가 수제맥주 브랜드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이하 KBC)’를 앞세워 만든 ‘백양BYC 비엔나 라거’ 맥주가 서울 시중 한 편의점 매대에 진열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비맥주가 수제맥주 브랜드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이하 KBC)’를 앞세워 만든 ‘백양BYC 비엔나 라거’ 맥주가 서울 시중 한 편의점 매대에 진열되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코로나19로 유흥주점을 비롯한 식당가 맥주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가 1000억원대 수제맥주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롯데칠성음료 등 대형주류사가 OEM을 통한 수제맥주 대체 생산으로 쏠쏠한 재미를 거두자 자체 수제맥주 브랜드를 론칭해 유통업계 와 협업을 통해 자체 생산한 제품으로 차별화된 수제맥주 시장을 일궈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오비맥주도 수제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KBC)’를 론칭하며, 유통업계와 다채로운 협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새롭고도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포부다.

이처럼 오비맥주 마저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면서 주류업체 간 경쟁이 한 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같은 시도들이 향후 맥주 시장 판도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위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경향과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취향이 맞물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천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국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 점유율도 2019년 1%대에서 지난해 3%까지 뛰어올랐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수제 맥주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위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경향과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취향이 맞물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천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국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 점유율도 2019년 1%대에서 지난해 3%까지 뛰어올랐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수제 맥주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가 수제맥주 시장에 눈을 돌린 배경은 코로나19로 유흥 시장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반면 가정용 주류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착안한 것이다.

닐슨코리아가 발표한 집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정용 맥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9.6% 늘어난 8억1660만리터, 판매액도 전년보다 9.3% 성장한 3조4643억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가정용 시장에서 수제맥주의 비중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8년 600억원대에 그쳤던 수제 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8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전체 맥주시장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1.4%에서 3%로 확대됐다.

CU의 지난달 수제 맥주의 매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전년 동월 대비 376.3% 증가했다. 이는 국산맥주(수제 맥주 제외) 18.5%, 수입 맥주 9.9%와 대조적이다.

GS25에 따르면 캔맥주(500ml) 가운데 수제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기준 13%로 조사됐다. 이는 2018년(2.1%)과 대비 6배 이상 커진 수준이다.

최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올해 초 수제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이하 KBC)’를 새롭게 론칭한 바 있다.

신사업팀인 크래프트 & 스페셜티즈팀은 이번에 론칭한 KBC를 적극 활용해 다양한 수제맥주 전문가들과 협업해 수제맥주를 개발하고 상품 카테고리를 확대에 나선다는 목표다. 아울러 양조기술연구소와 이천공장 수제맥주 전문 설비 등 인프라도 함께 활용할 전망이다.

오비맥주가 최근 수제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 KBC 비롯한 수제맥주 전문가들과 함께 수개월의 연구 끝에 출시한 2가지 야심작 ‘노르디스크’ 맥주와 ‘백양BYC 비엔나 라거’ 제품. (사진=오비맥주)
오비맥주가 최근 수제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 KBC 비롯한 수제맥주 전문가들과 함께 수개월의 연구 끝에 출시한 2가지 야심작 ‘노르디스크’ 맥주와 ‘백양BYC 비엔나 라거’ 제품. (사진=오비맥주)

오비맥주가 최근 수제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 KBC 비롯한 수제맥주 전문가들과 함께 수개월의 연구 끝에 출시한 2가지 야심작 ‘노르디스크’ 맥주와 ‘백양BYC 비엔나 라거’를 선보인 것도 그 일환이다.

수제맥주 ‘노르디스크’는 지난 10일 GS25와 협업해 선보인 제품이며, ‘백양BYC 비엔나 라거’는 BYC 및 CU와 협업해 내놓은 것이다.

‘노르디스크 맥주’는 북유럽 스타일의 인기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에 착안했으며, ‘백양BYC 비엔나 라거는 BYC가 1980년대에 사용하던 사명 백양을 당시에 사용했던 이미지 그대로 전면에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BYC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컬러인 흰색과 빨간색으로 레트로한 느낌을 극대화한 것이 두드러진다. 캔 뒷면에는 백양BYC 비엔나라거의 상품 히스토리를 간략하게 담아냈으며, 붉은 호박색에 달콤하고 고소한 풍미가 느껴진다는 설명이다.

편의점 업계에서 선보인 수제맥주. (사진=각사, 편집=김주경 기자)
편의점 업계에서 선보인 수제맥주. (사진=각사, 편집=김주경 기자)

게다가 경쟁사인 롯데칠성음료도 수제맥주 OEM 생산에 나서면서 쏠쏠한 재미를 거둬들이고 있다는 점도 오비맥주가 등판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현재 롯데칠성음료는 자사 공장을 통해 세븐브로이의 곰표밀맥주, 제주맥주의 제주위트에일 등을 OEM생산하고 있는데 최근 수제맥주업체인 더쎄를라잇브루잉과 맥주제품 OEM 위탁계약을 체결해 생산을 맡고 있다.

한편 더쎄를라잇브루잉은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유동골뱅이맥주, 롯데제과와 쥬시후레쉬맥주를 내놓은 기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비맥주의 이같은 행보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에 따른 위기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비맥주의 지난해 매출은 1조3529억원, 영업이익은 2945억원을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3%, 28% 감소한 수치다. 오비맥주 매출이 줄어든 것은 2006년 이후 14년만에 처음이다.

게다가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앞세워 맥주시장 1위 탈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도 오비맥주가 수제맥주 시장 진출을 재촉하게 만든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수제맥주라는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맥주시장 1위를 굳히겠다는 다급함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국산 수제맥주.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국산 수제맥주. (사진=연합뉴스)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맥주 시장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는 50%대, 하이트진로는 30% 수준이다. 그러나 하이트진로가 코로나 19 기점으로 테라를 앞세워 맹추격하고 있어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입지가 불안한 수밖에 없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오랫동안 카스에 집중해왔던 오비맥주가 지난해부터 부쩍 다양한 시도를 꾀하는 것은 무엇보다 매출 하락에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2012년 이후 한번도 시장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오비맥주 입장에서는 테라의 흥행으로 10년 주기설의 전환점에 놓였다라는 말이 결코 달갑지 않은 만큼 1위는 어떻게든 놓치지 않겠다는 절치부심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시장 진출에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공장가동 규모나 맥주 사업 규모에 비춰볼 때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수제맥주까지 잠식할 수  있어 모양새가 그닥 좋아보이지는 않는다는 것.

또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가 수제맥주 시장에 진출한 것을 놓고 대형 주류업계는 물론 수제맥주 업계 내부에서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수제맥주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제 막 성장하려고 발버둥치는 상황에서 오비맥주가 수제맥주시장마저 잠식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행보 아니냐며 경계하는 시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주경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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