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코로나로 안 그래도 어려운데…영세사업장 타격 더 커질 것” 반발
근로기준법 기준 1주 당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연장 근로 12시간’ 규정
정부당국,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등 법 개선 …4개월 간 시정 기간 부여
경영계 “코로나 대응하느라 준비 여력 안돼…신규인력 충원 더 어려워질 것”
노동전문가 “최저 임금까지 인상 땐 감당불가 …기업 쪼개기 등 꼼수 난립 ”

주52시간 근무제 CG. (사진=연합뉴스)
주52시간 근무제 CG.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김주경 기자]  오는 7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 도입이 의무화된다.

경영계는 영세 사업장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법 위반 시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앞서 정부는 우리 사회의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고 일과 여가의 균형을 이뤄내려는 취지에서 2018년 3월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바 있다. 근로기준법상 1주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을 넘지 못하는 것이 핵심이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이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주52시간제 현장 안착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기섭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이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주52시간제 현장 안착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기업 여력에 따른 준비기간을 감안해 그해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하는 등 사업장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50∼299인 사업장은 300인 이상 사업장(9개월)보다 법 위반 시 처벌을 유예한 계도기간을 1년으로 늘려준 뒤 올해 1월부터 실시했다. 5∼49인 사업장에는 계도기간 없이 일정대로 다음달 주 52시간제를 시행한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보완 입법이 이뤄졌기에 바로 시행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5∼49인 사업장도 7월부터 주 52시간제 위반 시에는 사업주에게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바로 처벌되진 않고 신고 접수 후 최장 4개월의 시정 기간이 부여된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오는 7월부터 5∼49인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며 “정부는 그동안 개선된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기업들이 법을 준수하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주52시간제 대책 마련 촉구 경제단체 공동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근 상근부회장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주52시간제 대책 마련 촉구 경제단체 공동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이동근 상근부회장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49인 사업장은 여전히 주 52시간제를 도입하기 위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계 역시 정부의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 발표에 우려의 뜻을 표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당장 주 52시간 근로제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른 만큼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 관련 단체도 보도자료를 배포해 “코로나19로 작년부터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하지 못하고 있어 영세기업들은 인력난으로 사업의 운영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50인 미만 업체들은 주 52시간제 도입이 어려운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응하느라 주 52시간제를 도입하기 위한 근무체계 개편할 시간적인 여력이 없었다”며 “코로나19로 기업이 어느정도 정상화될 때까지는 계도기간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앞대기업에는 9개월, 50인 이상 기업에 1년의 계도기간이 부여된 것을 감안해 50인 미만 기업에도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용부는 지난해 12월 자체 조사와 올해 4월 중소벤처기업부 등과의 공동조사를 근거로 계도기간은 없다며 강행의지를 나타낸 상황이다.

게다가 고용부가 지난 4월 5∼49인 사업장 1300개를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3%가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미 지키고 있다’는 응답은 81.6%, ‘준비 중이다’는 10.7%, ‘준비 못 한다’는 7.7%로 나타났다는 이유에서다.

경영계에서는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조사내용을 근거로 지나친 낙관론을 펼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영세사업장의 경우 주 52시간제 적용과 함께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논의 중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 52시간제를 단일 적용하면 결국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쪼개는 등의) 편법과 꼼수가 난무하는 난장판이 벌어질 것”이라며 “(주52시간제와 관련해)중앙정부에서 단일화된 지침을 내리기 보다는 업계의 목소리를 청취한 이후 생산성에 따라 기업의 근무시간을 65시간에서 60시간으로, 그리고 다시 52시간으로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연근로제의 실효성도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탄력·선택근로제는 대형 제조업체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는 먼나라 얘기”라며 “근로 조건이나 임금 등의 문제로 (50인 미만 업체들은) 신규 인력을 구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주경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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