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네이버, 시장 2위 쿠팡 누르고 단숨에 이커머스 시장 1·2위 올라서
정용진 “이기는 한 해 만들 것 ”…신세계, 롯데 꺾고 온·오프라인 유통 강자
‘反쿠팡동맹’ 결성 전략 주효 …정용진·강희석, 직접네이버 방문해 사업협력
온라인 플랫폼 ‘쓱닷컴’과 옥션·g마켓 플랫폼 간 원만한 통합이 최대 난관
과도한 출혈 투자 장기화되면 ‘승자의 저주’ 우려 …“시너지 확대 고민 클 것”

이베이코리아 CG. (사진=연합뉴스)
이베이코리아 CG.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김주경 기자] 신세계그룹이 네이버와 손잡고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성사시키면서이커머스 시장에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반(反) 쿠팡 연합을 결성한 네이버와 신세계가 사실상 국내 e커머스 1·2위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는 평가다. 인수대금은 신세계가 80%, 네이버(이베이 지분 20% 가져가는 조건)가 약 20% 가량의 금액을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공격적 베팅에 나선 것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그 즉시 국내 이커머스 최강자로 도약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유통업이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는 데다 이커머스 왕좌를 탈환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투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사진=연합뉴스)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사진=연합뉴스)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을 보면 네이버(18%‧거래액 27조원)와 쿠팡(13%‧거래액 22조원)에 이어 이베이코리아가 3위(12%‧거래액 20조원)다. 여기에다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쇼핑몰 SSG닷컴(3%·4조원)을 합치면 시장점유율은 33%(51조원)으로 쿠팡을 제치고 크게 앞서게 된다.

네이버를 배제하더라도 신세계 입장에서는 이베이를 품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장점유율 15%를 거머쥐게 되며 총 거래액 조원에 달하는 유통 생태계를 형성하게 된다.이베이코리아를 품는 기업이 쿠팡을 제치고 단숨에 이커머스 업계 2위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은 신세계 입장에서는 인수를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매력적인 요소다.

온라인과 배송 문화의 변화를 주도한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을 통한 실탄을 확보해 일본진출 등 공격적인 영토확장에 나선 점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게 만든 또 다른 요인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G마켓‧옥션‧G9를 거느리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사진=이베이코리아  홈페이지 내 로고 인용
G마켓‧옥션‧G9를 거느리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사진=이베이코리아 홈페이지 내 로고 인용

16일 투자은행(IB)업계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 본사는 전날 이사회에서 이베이코리아의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세계 이마트를 선정했다. 매각대금은 약 4조원 선인 것로 알려졌다.

우선협상자 발표소식이 전해지자 이마트는 최종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이마트는 16일 오후 “이베이코리아 지분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과 관련 이베이측으로부터 통받은 내용이나 확정된 내용이 없다”면서 “아직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전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20%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공동 참여했다는 점이다. 신세계 입장에선 네이버를 통해 약 8000억~1조원의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계기로 우선 신세계 계열 기존 오프라인 매장, 물류·배송 시스템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이자  글로벌투자책임자. 사진 = 신세계·네이버
(왼쪽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이자 글로벌투자책임자. 사진 = 신세계·네이버

올해 1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를 직접 만난 것도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한 큰 그림이었던 셈이다.

이후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올해 3월 25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통해 전방위적 사업에서도 손을 맞잡으면서 M&A 시장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 셈이다.

신세계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올 한해 전방위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기하급수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임직원에게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해'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신세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임직원에게 "'지지 않는 싸움을 하겠다'는 과거의 관성을 버리고 '반드시 이기는 한해'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신세계

정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이기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도 그 일환이다. 공격적 이마트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와 패션 플랫폼 W컨셉에 이어 이베이코리아 인수까지 성사시킨 것이다.

유통업계에선 신세계는 오픈마켓 중심의 이베이코리아인수를 통해 전국 단위 유통 물류망을 확보한 신세계‧이마트와 오프라인 인프라를 결합시켜 최상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신세계 입장에선 이베이코리아가 20여년간 쌓아온 오픈마켓 운영 노하우와 데이터베이스(DB), 기술력 등은 물론 1450만명의 고객(스마일페이 회원수)과 30만명의 판매자 등을 공유할 수 있다.

신세계는 향후 네이버와 G마켓, 옥션, SSG닷컴,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을 아우르는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왼쪽부터 각각)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전경,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사진=이마트, 이미지 편집=김주경 기자]
(왼쪽부터 각각)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이마트 전경,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사진=이마트, 이미지 편집=김주경 기자]

다만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이후 쓱닷컴과 이베이 코리아 간의 시너지 확대가 생각보다 저조하거나 계속되는 출혈 투자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빠르게 변화하는 e커머스 시장의 흐름에 대응하고 급성장 중인 쿠팡 등 업계 강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도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에도 인수자 입장에서는 기존 온라인 사업과 사업 시너지 확대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품더라도 기존 사업과 통합하는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베이코리아가 옥션과 G마켓 등을 인수한 이후 플랫폼 통합을 이뤄내기까지 오랫동안 난관에 봉착한 것처럼 쓱닷컴과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한 온라인 플랫폼 간의 융화작업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최근 e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고자 업계 간 경쟁이 치열한 데다 집토끼(기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차별화된 마케팅이나 고객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할인 프로모션 등을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주경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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