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건설사 사전에 ‘밑지는 장사’란 없다고 보면 맞을 듯하다. 치열한 경쟁 끝에 공사를 수주한 시공사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이익을 남기려고 할 것이다. 어떻게 하든 수지타산을 맞추려고 애를 쓸 것이다. 

저비용은 부실공사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청·재하청 과정에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 공사비를 아끼고, 속도전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한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게 돼 있다.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선 야간이나 주말 작업이 불가피한데, 이로 인한 피로 누적과 현장관리 미비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철거건물 붕괴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최근 “사고 현장의 건축물 철거와 석면 해체 공사에 모두 불법 재하도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시공사는 건축물 철거공사를 한솔기업에 줬고, 한솔은 다시 광주 지역 업체인 백솔건설과 재하도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은 석면 해체 공사를 다원이앤씨라는 업체에 맡겼는데 이 업체도 백솔건설에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적인 다단계 재하도급은 오래전부터 철거 및 건설에서 부실공사의 주범으로 간주돼 왔다. 재하도급 과정에서 공사비용이 줄고, 이에 따라 업체들은 인건비와 장비 임차비 등을 줄이려고 무리하게 기간을 단축하기 때문이다. 하청·재하청 과정에서 계속해서 ‘이익금 빼먹기’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번 붕괴참사에서도, 부실공사 등을 방지하기 위해 건설산업기본법상 금지된 다단계 재하도급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건축계의 고질인 불법 재하도급이 또다시 이번 붕괴 사고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건설업은 업의 특성상 외부에서 위험한 공종의 작업이 많이 이뤄진다. 그러기에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안전사고는 어렵고 힘든 건설현장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은 다양하다. 안전사고를 부르는 0.1%의 실수마저 없애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과거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치면서 외견상의 문제만 신경 쓰고 보이지 않는 곳은 대충 마무리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건축 토목 분야에서 이런 일은 흔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아파트와 다리, 백화점이 무너지는 암울한 슬픈 추억을 갖고 있다. 

부실공사로 인해 치러야 하는 희생과 사회적 비용은 크다. 1994년 부실이 원인이 돼 무너진 성수대교를 통해 우리는 이를 잘 알고 있다. 온전한 구조물을 만들려면 제값을 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제값 들이지 않고 고품질의 시설물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다.

중대재해 발생 때 발주처나 시공사 관계자를 엄벌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닌 듯하다. 미비한 제도 보완과 철저한 안전점검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재난 직후, 현장은 숨 돌릴 틈이 없다.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관계 기관들은 전심전력을 다한다. 희생자 수습과 유가족 지원도 중요한 업무이다. 

재난 현장은 늘 ‘가욋일’로 바쁘다. ‘높으신 분’이 올 때마다 생기는 의전 때문이다. 이번 참사현장도 마찬가지였다. 정·관계 인사들의 방문은 부지기수고, 이들을 현장에서 수행하기 위해 십수 명이 쓸데없이 힘을 뺀다. 엉뚱한 곳에 힘을 쏟다간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건설현장에 큰 사고가 나면 전국의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안전점검이 시작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뒷북행정이다. 중요한 것은 상시적인 안전점검 시스템 확보와 사전 점검이다. 사고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정부는 광주 동구 철거 건축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전국 철거공사 현장점검을 시행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유사 사고로 인한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적인 전국 해체공사 현장의 점검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감리자가 해당 현장 안전에 대해 점검하고 이를 발주청이 최종 확인할 때까지 공공 해체공사 진행이 중지된다. 민간공사 현장도 일시중지 및 점검을 통해 안전확보 여부를 확인하도록 권고했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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