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5분위 배율이 크게 개선됐다”며 포용정책 덕분이라고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1년 전에 6.89배였던 소득 5분위 배율이 올 1분기에 6.30배로 낮아졌다는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 조사’를 인용하며 내놓은 해석이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가구 소득이 하위 20% 가구 소득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소득격차 지표다. 

통계청 조사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 실패와 코로나19 악재가 겹쳐 소득 격차가 심화됐다는 그간의 예측과 정반대여서 더 눈길을 끈다. 걸핏하면 경제지표를 과장하고 왜곡해온 정부조차 ‘불평등 심화’를 인정해왔던 터여서 의외의 결과다. 

숫자로 목표를 관리하는 것은 기업이나 정부나 다를 게 없다. 역대 정부치고 숫자관리에 목매달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하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기업이야 사업환경을 치밀하게 분석해 목표를 세운 후 생사를 걸고 덤벼들지만, 공무원들은 보여주기식 숫자에 능한 까닭에 목표를 제시할 때부터 달성이 불가능하단 걸 스스로 안다.

정부 일자리 사업 상당수는 일자리 통계 분식(粉飾)이라고 할 정도로 엉터리 수준이다. 정부는 그동안 휴지 줍기, 새똥 닦기, 교통안전 지킴이 같은 온갖 명목의 ‘가짜 일자리’를 60만~70만개 만들어 고용지표 눈속임을 해왔다.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층의 세금 알바였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속에서 취업자 감소폭이 20만~40만 명대를 유지한 것도 정부가 대거 만든 고령자 세금 알바 덕분이었다. 일시휴직자도 취업자 통계에 포함시켰다. 이 가짜 숫자를 내놓고 “고용이 개선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른바 일자리 분식이다.

통계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통계청장을 갈아치운다. 현 정부 출범 초 소득불평등이 심해진 통계가 나오자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는 인사를 통계청장에 앉혔다. 새로 임명된 통계청장은 느닷없이 소득통계의 표본수, 응답기간, 조사기법 등을 변경해 과거 소득과 비교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잘못된 정책이 소득격차를 심화하고 있는데, 정책을 고칠 생각은 않고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를 홍보하는 데 골몰하는 사이 국민의 통계 불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입맛에 맞는 사실만 골라 보는 행태가 개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건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각종 통계자료가 발표되고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포털사이트에는 ‘통계 조작’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는다. 자신의 정치 성향과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무조건 부정하고 비난부터 하고 보는 식이다. 통계 신뢰가 무너지면 국정에 대한 신뢰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언제부턴가 정부 통계를 믿지 못하게 돼 버렸다. 아무리 조사 방법이나 표본에 따라 오차가 있다고 하지만, 발표되는 결과는 조사마다 들쭉날쭉하고 체감하는 여론과도 거리가 멀다.

권력을 잡고 있는 쪽에서는 아무래도 정권 유지에 유리한 내용에 더 솔깃해진다. 청와대 인사들은 좋은 통계만 보려 하고 나쁜 통계는 애써 외면하거나 덮으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의 고용 정책 실패는 코로나 이전부터 심각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주 52시간 등 일련의 정책으로 100만 소상공인이 줄폐업하면서 일자리 수십만개가 사라지고 저소득층 근로소득이 감소해 빈부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금 고용 상황이 더 심각한 것은 저소득자,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작년보다 5조원을 더 투입해 총 30조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을 편성하고 3조2000억원을 들여 취약계층 일자리 104만개를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보고한 기획재정부의 경제 전망에 따르더라도 올해 13만명, 내년 21만명의 취업자가 증가할 뿐이다. 예측대로라면 2018년 이후 5년간 취업자 증가는 연평균 10만명 안팎으로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다. 일자리 정부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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