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한강시민공원에 폐쇄회로TV(CCTV)가 좀 더 많았더라면 의문의 사고를 당한 대학생의 사고원인을 밝혀낼 수 있었을까. 

최근 한강시민공원에서 사고를 당한 대학생의 사고원인을 밝히는 데 CCTV가 더 설치돼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한강시민공원에 설치된 CCTV가 그렇게 많지는 않기에 그날의 행적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CCTV는 사실 많은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면서도 개인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보자면 성가신 존재이기도 하다. CCTV를 적극 도입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설치를 외면할 수도 없는 ‘계륵’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 

CCTV가 시(詩)의 소재가 될 정도로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절감한다. 어떤 시인은 일간지 칼럼을 통해 다음과 같이 토로하기도 한다.

“CCTV는 우리가 사는 시대를 말해주는 물건이다. 그것이 선이든 아니든 한 시대의 단면이다. CCTV는 순기능도 많다. 하지만 가끔 나를 지켜보는 듯한 눈길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 건 사실이다.”

CCTV는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자식이 얼마나 심한 학대를 당했는지 보려고 CCTV 영상 열람을 요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 수사가 진행 중일 경우 CCTV 영상은 비공개 대상으로 피해 아동의 부모는 볼 수 없었다. 학부모의 강한 요구가 있으면 수사관에 따라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고 그러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려고 경찰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CCTV 영상을 요청하면 정보공개 청구절차에 따라 공개하도록 수사 지침을 만들었다. 이런 조치도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병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인 측에서는 수술실 내 CCTV가 감시용으로 사용될 경우 의료인의 시술 행위가 위축돼 소극적·방어적 수술에 그쳐 오히려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환자들의 오랜 염원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의료기관 CCTV 설치법안이 국회 법안소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에는 여야 의원 모두 찬성해 소기의 성과를 이뤘으나,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는 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발생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의사들을 감시하고 불신상태로 몰아넣는다” “의사와 간호사들을 범죄자 취급한다”는 게 반박 논리다.

우리나라에선 연간 200만 건의 수술이 이뤄지고, 2000건 안팎의 의료소송이 진행된다. 수술이 제대로 이뤄졌나 궁금해도 극심한 ‘정보 비대칭’ 상태에서, ‘을’의 위치인 환자들로선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인천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불거진 병원 직원의 대리수술 의혹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사건이 부각되는 것만으로도 ‘수술실 CCTV 설치 법안’ 통과를 찬성하는 쪽의 주요 사례가 될 수 있다. 

국회, 법원, 대기업 등 기관별 신뢰도 조사에선 의료기관이 늘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의료사고를 당하거나 행여 소송으로 진행될 경우 전혀 딴판이다. 

환자나 유가족들은 의료진의 불투명한 설명방식과 병원의 방어적 태도로 이중, 삼중의 피해를 경험한다. 이는 개인적 좌절감을 넘어 사회 전반에 대한 내적 신뢰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이 의료소송 연구자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지난해 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89.0%에 달했다.

경기도는 2018년 10월 전국 최초로 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포천 등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국회에서 환자들의 정보 접근도를 높이고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수술실 CCTV 설치를 위한 의료법 개정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관련 법안들이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못 됐던 19대, 20대와 달리 이번에는 상임위 심의와 공청회까지 열리는 등 다소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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