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정세균도 ‘경선 연기론’에 가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4일 디지털혁신ICT(정보통신기술)융합신산업 업무협약차 대구시청 별관을 찾아 협약식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지사는 대선 경선 연기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4일 디지털혁신ICT(정보통신기술)융합신산업 업무협약차 대구시청 별관을 찾아 협약식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이 지사는 대선 경선 연기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여당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을 놓고 ‘반(反) 이재명 전선’이 구축되며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포위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당헌에 따라 대선 180일 전에 대선후보를 선출해야만 한다. 경선이 연기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오는 6월 예비경선을 열어 9월 본경선에 오를 6명의 주자를 선출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더 늦은 대선 120일 전에 후보를 선출한다는 점과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 등을 감안해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현역 의원 가운데에서는 친문 전재수 의원이 지난 5월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면서 공개적으로 경선 연기를 주장한 바 있다.

강성 친문 성향이라고 평가 받는 일부 권리당원들도 지난 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흥행은 대선 승리의 열쇠다. 경선 일정을 이대로 강행한다면 지난 언택트 전당대회와 같이 우리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면서 “국민의힘보다 늦게 하진 못해도 최소한 빨리할 필요는 없다”며 경선 연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경선 연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광재·김두관·박용진 의원과 최문순 강원지사, 양승조 충남지사가 경선 연기론에 힘을 싣고 있다.

최 지사의 경우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선 활성화를 위한 당·후보자 연석회의를 제안한다”면서 “모여서 경선 일정 연기를 토론해 정리하자. 연기할 수 있으면 연기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당 지도부의 조속한 입장 정리를 촉구하며 경선 연기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던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도 나서기 시작했다.

이재명,  ‘경선 연기 반대’ 끝까지 고수할까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당내 의견이 이렇게 분분하다면 지도부가 빨리 정리해주는 것이 옳다”고 밝힌 뒤 ‘경선이 본선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돼야 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하나’라는 질문에 “당연하다”면서 경선 연기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다.

정세균 전 총리는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조만간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면 정상적인 대선 경선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경선 시기와 방법 논의를 진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권에서 1강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는 경선 연기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달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비주거용 부동산 공평과세 실현’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이 ‘당내 경선 연기론 목소리’에 대해 묻자 “원칙대로 하면 제일 조용하고 합당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재명계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또 한번 당헌·당규 개정을 하는 원칙 없는 정당이란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기 때문에 (경선을) 원칙적으로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비(非)이재명’ 후보들이 모두 경선 연기를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 지사를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의 경선 연기를 둘러싼 갈등은 이달 21일께로 예상되는 후보 등록이 다가올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경선 연기론이 더욱 분출할 경우 이재명 지사가 결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8일 YTN에서 “이 지사가 흥행에 도움이 되고 본인이 승리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면 경선 연기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본인 입장에서는 당내 흥행 가능성을 높이고 큰 지도자, 포용의 지도자라는 모습을 부각시킬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에 이 지사가 계속해서 원칙을 고집할 경우에 경선 일정 연기라는 고리를 가지고 이재명 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후보들이 연대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래서 반이재명 연대를 해서 결선투표로 가서 대역전을 만들겠다는 플랜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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