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지난 2월 박병석 국회의장이 아랍에미리트(UAE) 국회의장을 만나 한국·UAE의 전통적 원전 협력 라인을 강조하며 원전기술 제3국 진출을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지금껏 해외에서 원전을 수주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최근 세계 원전 시장에선 중국과 러시아가 신규 수주를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

박 의장은 당시 "양국의 관계는 원자력발전소와 아크부대 존재라는 것으로서 상징될 수 있을 것"이라며, "원전 건설은 양국이 공동으로 제3국 진출하는 것까지 빠른 시일 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 의장의 이 같은 미래지향적 ‘원전 협력’ 강조는 현실성이 없다는 걸 원전 수주 실적이 방증하고 있다. 

탈(脫)원전 정책으로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데다 한국형 원전 해외 세일즈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심지어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를 고사 직전으로 몰아넣고선 원전을 외교 전략으로 이용하는 건 현 정부가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탈원전 정책 속에 원전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은 총 1988개다. 국내에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면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원자력 관련 공기업과 민간기업에서 퇴직하는 직원이 잇따른다. 상당수 전문인력은 ‘미래’를 위해 해외로 떠나고 있다.

이즈음 ‘탈탈원전’이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말은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거나 수정해야 탄소중립과 원전수출을 앞당길 수 있다는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어렵게 키워 온 원전생태계와 일자리의 보고(寶庫)를 어떻게 내팽개쳐 왔는지는 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원전을 배제한 채 전국 산림과 해양생태계를 훼손해가며 태양광·풍력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무리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탄소중립은 세계 공동의 과제다. 에너지, 산업, 운송, 도시 등 모든 시스템을 다 바꿔야 한다.  우리는 탄소 배출이 많을 수밖에 없는 제조업 중심 국가다. 20년, 30년 앞서 나간 나라들과 이제 시작해야 하는 우리와는 조건이 다르다. 중국만 해도 탄소중립 도달 시점을 2060년으로 잡았다. 영국엔 탄소중립이 60년짜리 프로젝트지만, 우리나라는 지금부터 줄여가면 시간이 30년밖에 없다.

정부가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하고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탈원전 정책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안 하는 ‘그린수소’ 생산단가는 원전이 태양광, 풍력보다 3분의 1가량 저렴하다.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에너지원별(kWh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석탄이 991g, 석유는 782g, 가스는 549g이다. 태양광은 57g, 원자력은 10g밖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경제성까지 고려한다면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원자력보다 좋은 에너지는 없어 보인다. 

원전을 이용한 에너지 확보는 미세먼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전기료도 낮은 가격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이 외국 원자력발전 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공동성명에서 “원전 사업 공동 참여를 포함해 외국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원자력 안전·안보·비확산 기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동·유럽 등에 원전 건설 수요가 있다. 양국이 함께 진출하면 외국 원전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체코·폴란드·영국·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번 정부에서 시작된 탈원전은 더 이상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국과 원전수출 동맹을 약속했다. 우리나라 원전 APR1400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인정받는다. 미국도 이를 인정하고 해외 원전 협력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업계에서 차세대 원전으로 꼽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도 한국과 미국이 협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MR은 기존의 대형 원전과 비교해 용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한 원전이다. SMR은 한국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분야인데도 탈원전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 정상회담 1주일 전에 문 대통령에게 제언했던 말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탄소중립화를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니, 이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이 전략적 협력을 통해 세계 원전시장을 지배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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