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다 불쾌한 일을 경험했다. 목줄이 풀린 맹견이 아이에게 달려들어 맹렬히 짖었기 때문이다. 물리진 않았지만, 맹견의 목줄이 걸려 있지 않은 것을 보고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맹견 주인에게 항의했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한 주인의 말투에 속만 끓였다.’(인터넷 게시글)

한강공원을 거닐다 보면 입마개를 하지 않은 대형견을 목줄을 느슨하게 푼 상태로 데리고 다니는 견주(犬主)를 종종 만날 수 있다. 그럴 땐 ‘저 개가 혹시 나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물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멀찍이 피하게 된다. 하지만 견주의 얼굴엔 “우리 개는 절대 물지 않아요”라는 표정이 역력해 속상할 때가 많다.

개에게 물려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반려견에 대한 사람들의 경계심과 부정적 인식이 늘고 있다. 최근 경기 남양주에서 50대 여성이 산책을 하다 대형견에게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개 물림 사고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반려인이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개들로 인한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안성의 한 애견카페에서 종업원 2명이 개 물림 사고를 당하는가 하면, 사람 외에도 맹견 로트와일러가 소형견인 스피츠를 물어 죽게 한 사건도 있었다. 또 목줄을 하지 않은 개들이 각각 경기 용인시와 제주에서 시추와 몰티푸를 물었고 공격당한 개는 죽거나 실종됐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입마개를 하지 않은 로트와일러가 산책 중이던 스피츠를 공격해 죽이고, 반려견을 지키려던 견주까지 다치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유명 연예인의 반려견이 지나가는 행인을 공격하거나 승강기에 탄 주민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도 있었다. 

개 물림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 물림 사고와 관련해 견주의 책임을 무겁게 해야 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개 물림 사고 환자 이송건수는 1만1152건에 달한다. 일일 평균 6건의 크고 작은 개 물림 사고 환자가 발생한 셈이다. 특히 이는 사람에만 한정한 것으로, 동물 간 벌어진 사고까지 더하면 사고건수는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반려견 관리에 대한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견주는 동물보호법 제13조에 따라 등록대상동물과 동반 외출할 시 목줄 등의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반해 사람의 신체에 상해를 입히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을 수 있다.  

특히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맹견 소유자는 맹견으로 인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나 재산상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국내 등록 반려견 수는 2019년 209만2100여 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집콕'이 이어지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고, 반려동물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만큼 국내 반려견 수는 이제 500만 마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 중 사육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 입양한 경우가 전체의 2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전문가에 따르면, 반려견이 물지 않는 대상은 반려인 등 ‘가족’뿐이다. 개는 자신과 반려인을 보호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소형견이나 초소형견은 몸집이 작은 만큼 집 밖으로 나오면 불안감이 더욱더 심해진다. 그래서 평소 순하던 반려견도 낯선 사람이나 개에게 도발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독일은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독일 니더작센주는 반려견에 대한 다양한 정보, 공공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견주의 대처 능력 등을 테스트한다. 

스위스도 반려견 입양 전 반려견 학교에서 사전 교육 이수를 의무화했다. 반려동물 입양 전 반드시 사전 교육을 거치도록 하고, 사고 발생 시 반려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

동물보호법 제1조에서는 동물보호법의 목적을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두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는 현명한 길은 동물을 사랑하고, 그와 동시에 타인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는 것이다. 

어떤 개라도 사람을 물 수 있다. “우리 개는 절대 안 물어요”가 아니라 “우리 개도 물 수 있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반려견과 함께한다는 것에는 그만큼 책임이 뒤따른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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