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 지고 수제맥주 뜬다…3년 새 2.7배 ↑·2023년 시장규모 3700억 예상
수제맥주 성장 ‘코로나 19’로 반사이익…주세법 개정돼 세금 완화가 한 몫
CU, ‘곰표 밀 맥주’ 출시하자마자 대흥행…순식간 300만개 팔리며 1위 카스 제쳐
GS25 이어 세븐일레븐도 잇따라 ‘금성맥주’ ·쥬시후레쉬 맥주로 쏠쏠한 재미
편의점 업계, 수제맥주 판매량 호조세 힘입어 양조장 인수 등 직접 생산 검토
BBQ이어 교촌까지 잇따라 수제맥주 사업 가세…‘치킨+맥주’ 수익성 동시 공략

서울 한 편의점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각종 수제맥주들.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편의점 매장에서 팔리고 있는 각종 수제맥주들.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김주경 기자]  수제맥주 돌풍이 거세다. 카스‧테라‧클라우드 등 국산 맥주만 마시거나 버드와이저‧스텔라‧호가든 등 수입 맥주로 갈렸던 맥주시장도 지각 변동이 감지된다.

코로나 19와 일본 불매 운동의 여파로 아사히 등 수입 맥주 일본 맥주의 사실상 퇴출수순을 밝는 등 외부환경 변화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수입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약 2498억원(2억 2692만 달러)로 2019년 3092억원(2억 8089만 달러) 대비 19.2% 감소하는 등 2년 연속 성장세가 뒷걸음질쳤다. 2000년 이래 수입맥주가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09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수입액 급감은 2019년 일본 불매 운동의 직격탄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사히, 삿포로, 기린 등 일본 맥주 수입액은 2018년 7830만 달러(약 861억원)로 최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2019년 3975만 6000달러(약 436억원)로 처음으로 성장세가 꺾인 후 지난해 556만 8000달러(약 61억원)로 전년 대비 85.7% 수입액이 쪼그라들었다. 수입량 기준 순위에서도 일본 맥주는 2018년 1위에서 지난해 9위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위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경향과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취향이 맞물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천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국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 점유율도 2019년 1%대에서 지난해 3%까지 뛰어올랐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수제 맥주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소위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경향과 개성을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소비 취향이 맞물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천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국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 점유율도 2019년 1%대에서 지난해 3%까지 뛰어올랐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수제 맥주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반면 수제 맥주 시장은 지난해 1000억원 규모를 돌파하며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수제 맥주 시장 규모는 2017년 433억원, 지난해에는 1180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과 비교하면 4년 새 490% 수준으로 시장규모가 급격히 확대됐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6년 200억원 수준에서 2017년 433억원, 2018년 633억원, 2019년 800억원으로 꾸준히 커졌다. 지난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1180억원으로 3년 만에 2.7배가량 성장했다. 2023년에는 시장규모가 3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세법 개정도 호재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힘입어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수제맥주 업계는 활기를 띠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은 줄어든 반면 가정 내 맥주 소비가 늘면서 편의점과 마트에서 수제맥주 점유율이 크게 올라갔다. 전국 소형 양조장 수는 1년 만에 114개에서 151개로 34% 증가했다.

전체 맥주시장 내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도 덩달아 높아진 상황이다. 2018년 1.4%였던 수제 맥주 판매 비중은 지난해 3%로 훌쩍 성장했다.

결정적으로 소비자들이 수제맥주를 찾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를 빼놓을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면서 집콕족 증가로 ‘홈술족’이 트렌드로 떠오르자 소비자들이 수입맥주 외에도 자연스럽게 수제맥주 등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 맥주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도 성장세에 한몫했다. 2019년 1월부터 맥주세 기준이 종가세(가격)에서 종량세(용량)로 바뀌면서 수제 맥주의 출고가가 인하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산 수제 캔맥주(500㎖)의 경우 기존에는 리터당 1758원의 세금을 내다가 종량세로 개편되면서 1343원으로 바뀌면서 415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수제 맥주 브랜드인 제주맥주는 지난해 맥주 출고가를 평균 20% 낮춰 기존 500㎖ 캔맥주 24개들이(출고가 5만 7600원)를 5만 400원에 판매하고 있다. 1세대 수제 맥주 브랜드 카브루도 기존 500㎖ 캔 맥주 출고가를 2700원에서 2200원으로 낮췄다.

이에 편의점 업계도 협업을 통한 다양한 수제맥주를 신규로 출시하고 수제맥주 몸집 넓히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이다.

편의점들은 지난해부터 자체 브랜드(PB) 상품에 대한 직접 생산에 공들이고 있다. 맥주 제조업체와 협업해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선보인다는 전략에서다. 특히 이색적인 컬래버레이션과 독특한 디자인, 복고 감성 공략 등의 새로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이에 힘입어 편의점 수제맥주 매출도 급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GS25·CU·세븐일레븐 등 주요 3사의 지난해 1분기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89~250%가량 신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맥주 성장률이 35%쯤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CU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곰표 밀맥주. (사진=BGF리테일)
CU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곰표 밀맥주. (사진=BGF리테일)

특히 편의점 수제 맥주가 히트칠 수 있었던 것은 CU가 판매하는 PB수제맥주 ‘곰표밀맥주’를 빼놓을 수 없다. CU는 지난해 5월 대한제분과 손잡고 PB제품 ‘곰표 밀맥주’를 출시했다. 제조는 롯데칠성음료와 세븐브로이가 맡았다. 흥행은 적중했다.

국내 맥주시장 부동의 1위인 카스 판매량을 제친 것이다.

CU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대량 공급을 시작한 곰표밀맥주가 이틀만에 카스, 테라, 하이네켄 등을 제치고 판매량 1위에 올랐다

곰표밀맥주는 최근 하루 판매량이 15만개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22.5배 이상 늘었다.

곰표밀맥주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29일부터 5월 4일까지 CU에서 판매된 맥주 가운데 수제맥주 비중은 28.1%로 껑충 뛰었다. 지난 2019년 5.6%, 2020년 11.9% 였던 점에 비교하면 가파르게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CU는 “편의점 맥주시장에서 판매되는 PB맥주가 국내 맥주강자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은 굉장히 드문 경우”이며 “특히 TV광고 등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는 숱한 스테디셀러 제품을 상대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은 그만큼 상품력이 탄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를 중심으로 복고열풍이 불고 있는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까지 등장한 것도 두드러진다.

편의점 업계에서 선보인 수제맥주. (사진=각사, 편집=김주경 기자)
편의점 업계에서 선보인 수제맥주. (사진=각사, 편집=김주경 기자)

GS25는 지난 3월 수제맥주 1000만개 판매 돌파를 기념해 ‘금성맥주’를 선보인 바 있다. GS리테일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맥주 캔 디자인에 LG‧GS그룹의 전신인 ‘럭키금성’ 로고인 ‘골드스타’ 로고를 새겼다.

금성맥주는 출시되자마자 준비된 20만캔이 모두 완판 될 정도로 인기였다. GS리테일 관계자는 “한 달 판매분으로 예상하고 준비해둔 20만캔이 전량 소진됐다”며 “발주가 개시된 지 하루만인 지난 11일 20만캔이 모두 동났다”고 전했다.

이어 세븐일레븐도 유동골뱅이 맥주에 이어 지난 3월 롯데제과의 껌 ‘쥬시후레쉬’와 협업해 ‘쥬시후레쉬맥주’ 등 이색 콜라보 맥주를 선보인 것이다. 특히 쥬시후레쉬는 1972년에 출시된 껌 제품 ‘쥬시후레쉬’ 디자인과 색이 그대로 맥주 캔 외관에 옮긴 것이 특징이다.

유통업계의 강자 신세계그룹도 수제맥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24가 지난 6일 이마트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와 손잡고 ‘최신맥주’ 상표권을 출원한 것이다. ‘최신맥주’는 ‘최정-추신수-제이미 로맥-최주환’으로 이어지는 SSG랜더스의 중심타선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이마트24의 이같은 행보는 앞으로 수제맥주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개당 3000~4000원인 수제맥주를 4캔 구입하면 9000원에 판매하는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수제맥주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BBQ가 선보인 수제맥주 브랜드 ‘비비큐 비어’. (사진=제너시스BBQ)
BBQ가 선보인 수제맥주 브랜드 ‘비비큐 비어’. (사진=제너시스BBQ)

이 외 치킨업계도 앞 다퉈 수제맥주 시장에 눈독 들이는 모습이다. 

치킨업계 가운데 일찌감치 수제맥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제너시스비비큐(BBQ)다.  국내 수제맥주 공식 면허 1호 기업인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와 손잡고 수제맥주 사업에 공 들이는 모습이다.  이곳은 하우스 비어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옥토버페스트’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수제맥주펍 옥토버훼스트를 통해 수제맥주 6종을 선보인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국내 크래프트 맥주기업인 제주맥주와 협업해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 치킨에 최적화된 저도주 ’프롯 에일 맥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BBQ가 유통·마케팅을 담당하고, 제주맥주가 제품 개발 및 관리를 맡는다. BBQ는 현재 경기도 이천에 수제 맥주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생산 시설인 수제맥주 양조장 도 건설 중이다. 완공되면 BBQ는 연간 150만리터의 수제맥주를 자체 생산하게 된다.

소진세 교촌에프앤비회장(왼쪽)과 조원호 인덜지 대표가 지난 4일 경기도 오산시 교촌 본사에서 수제맥주 제조 사업을 위한 자산 양수도 계약 체결식을 진행한 이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교촌에프앤비)
소진세 교촌에프앤비회장(왼쪽)과 조원호 인덜지 대표가 지난 4일 경기도 오산시 교촌 본사에서 수제맥주 제조 사업을 위한 자산 양수도 계약 체결식을 진행한 이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교촌에프앤비)

교촌에프앤비(교촌F&B)도 최근 LF로부터 인덜지를 120억원에 사들이며 수제맥주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인덜지는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강원도 고성군에 연간 450만ℓ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양조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금강산 골든에일’ ‘한라산 위트’ ‘백두산 IPA’ ‘설악산 스타우트’ 등 총 4종의 수제맥주를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교촌은 조만간 자산 양수도 절차를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수제맥주 제조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미 생산 경쟁력을 갖춘 양조장과 전국 1280여개의 교촌치킨 가맹점 인프라를 활용해 자체 생산한 '치맥'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치킨업계가 수제맥주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 성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17년 433억원 수준이던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80억원으로 3년 만에 2.7배가량 성장했다. 2023년에는 시장규모가 3700억원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치킨시장에서 가맹점 확대보다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통해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도 한 몫 했다.

게다가 7월 음식값보다 낮은 가격의 술은 함께 통신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주류 규제가 완화된 점도 맥주 사업 진출의 호재 요인이다. 실제로 정부당국은 올해부터 타 제조업체의 시설을 이용한 주류 위탁제조를 허용하면서 '치맥' 전용 브랜드를 선점하기 위한 업계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국산 수제맥주.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국산 수제맥주. (사진=연합뉴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입맥주 시장은 ‘4캔 1만원’이라는 가격 경쟁력으로 고객들에게 선택 받아왔지만 이마저도 지금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구식 마케팅으로 치부되면서 고객들에게 어필할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차별화를 중요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수제맥주 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맥주 시장 판도에도 지각 변동이 감지된다”면서 “편의점 간의 다양한 수제맥주 확보 및 개발 경쟁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여지며, 이 과정에서 수재맥주 경쟁력은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스, 테라, 클라우드 등 전통 국산 맥주와 수입맥주라는 틈새시장을 파고든 수제맥주 시장이 성장성 측면에서 매력적인 아이템인 것은 분명하지만 콜라보를 통한 이한 컨텐츠에 집중한 나머지 자칫 수제맥주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자칫 재미에 집중하다 보면 맥주의 질이 낮아져  수제맥주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고객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어서다.

한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풍부한 맥주의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밀·홉 등 신선한 재료공급이 필수적이며, 재료 배합을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최적의 보관에 달려있다”면서 “맥주의 맛은 일종의 기술인데 이런 노하우를 이제 막 뛰어든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나 편의점 업계가 과연  차별화된 수제맥주를 제대로 구현해 낼 수 있을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경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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