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 3사, 30~60% 달하던 배당성향 10% 축소→자사주 매입 소각 
증권가 이례적 '매도' 의견 나와…대주주 지분율 상승 의도 의심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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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고객의 걱정을 대신해 주고 행복을 주겠다" 던 메리츠금융그룹 구호가 무색해졌다. 최대 60%에 달하던 배당성향으로 국내 대표 '배당 맛집'으로 꼽히던 메리츠금융그룹 3사가 배당성향을 10%로 유지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를 부른 탓이다. 알짜 고배당주라는 이유로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속속 손절을 선언하고 있다. 이같은 의도를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19일 메리츠금융 3사 주가는 다시 떨어졌다.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증권, 메리츠화재는 하루 전인 18일 소폭 오름세를 보였지만 19일 오전 각각 -2.06%,-1.73%, -1.42% 으로 하락했다.

메리츠금융 3사는 그간 폭락을 면치 못했다. 지난 14일 장 마감 직후 내놓은 3사의 공시가 발단이었다. 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등 메리츠금융그룹 3사는 나란히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으로 배당하고,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주가관리 측면에서 배당보다 효율적인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확대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배당성향이 30% 이상이었고, 메리츠금융지주는 6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10%로 낮추겠다는 발표는 투자자들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자사주 매입은 관련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자사주 매입에 소각을 병행하는 방식은 주식 가치 상승 면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유리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익을 직접적으로 나눠주는 배당을 받아왔던 개인투자자들은 주주를 위한 주주환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빨간불을 켰다. 증권가는 웬만해선 매도 의견을 내지 않지만 메리츠 3사의 공시에는 즉각 반응했다. KB증권은 이례적으로 메리츠화재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했고, NH투자증권은 '보수적 접근'을 권고했다. 메리츠 관련주를 담은 고배당 ETF(상장지수펀드)들이 포트폴리오에서 메리츠 관련주의 비중 변동 또는 편출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메리츠금융 3사의 배당축소 및 자사주 매입에 대해 일각에서는 완전 자회사화, 대주주 지분율 확대 등을 언급하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최대주주는 조정호 회장(지분율 72.17%)이며, 장녀 조효재 씨가 0.05%의 지분율을 보유 중이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지분을 각각 56.09%, 47.06% 보유 중으로 조정호 회장이 메리츠증권 지분 0.92%를, 조효재 씨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지분을 각각 0.03%와 0.05% 가지고 있다.

다만 세간의 의혹에 대해 메리츠 측은 자사주 매입 규모나 시점에 관련해선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자사주를 사들인 뒤 소각하는 방법으로 대주주 지분율과 연계성은 없다", "자사주 매입 결정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대주주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는 등 반박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는 잠재워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배당성향 감소 수준만 정확히 밝히고, 자사주 매입 소각 시점이나 규모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은 주식관련 플랫폼 등을 통해 메리츠금융 3사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오너 마음대로 이랬다 저랬다 하는 주식", "대주주의 횡포", "우리나라에서 주식하기 어려운 이유"라는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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