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그동안 한국인들이 '주식투자'를 바라보는 눈은 그다지 곱지 않았다. 부모가 아들에게, 아들이 부모에게 절대 권하지 않는 재테크 상품 1순위가 주식투자였다. 안전하게 예금이나 적금을 하든가 아파트, 땅과 같은 부동산에 투자하는 게 한국인들의 전형적인 재테크 방식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는 아이러니하게 우리나라의 재테크 문화를 크게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지난 2020년 3월에 주식시장이 폭락했을 때, 개인투자자들이 하나둘 주식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이들은 어느새 1천만 동학개미로 성장했다. 주식을 바라보는 개인들의 시선이 바뀐 것이다. 코스피지수 3천 돌파, 코스닥지수 1천 돌파는 동학개미의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동학개미의 힘은 비단 코스피와 코스닥으로 머물지 않았다. 해외주식 투자에도 눈을 돌려 이른바 '서학개미' 현상을 일으켰다. 2020년 8월에는 테슬라의 한국인 투자금액이 4조 원을 넘어서 테슬라 10대 대주주인 밤코사를 넘어설 정도였다.

더 나아가 공모주 시장 및 장외주식 투자에까지 뛰어들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더 이상 주식시장의 변방에 서성거리던 힘없는 개미들이 아니다. 이제 시장을 리드하는 최전방에서 종합지수를 좌지우지 할 정도의 힘으로 성장했다.

또한 공모주 시장은 2020년 하반기부터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면서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정국과 부동산 폭등, 여기에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재테크에 관한 갈증이 커져갔고, 개미 투자자들은 한 가지 수단에만 몰입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공모주 시장이었다.

특히 2020년 7월에 상장한 SK바이오팜의 '따상' 및 연속 3일 상한가는 그동안 공모주 시장을 모르던 사람들에게는 마치 황금의 땅 엘도라도를 발견한 것과도 같았다. 그동안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호기심 정도였다면 SK바이오팜은 호기심이 직접적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불을 당긴 도화선이 되어 연일 공모주 경쟁률의 신기록이 세워졌다.

개인투자자는 더 이상 모래알이 아니다. 이미 기관 및 외국인의 자금력 보다 강력한 연대자금력이 형성되었고 그 규모를 조 단위로 확장하면서 개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개인 투자자들을 더 많이 의식하고 있다. 공매도 제도 개선, 공모주의 균등배분 제도 도입은 개인 투자자들이 그동안 외쳐왔던 주식시장의 '공정' 문제를 이제 정부 당국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라면 그동안 주식투자를 부정적으로 보던 사람들의 인식이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주식은 이제 더 이상 불완전한 투자처가 아니라 부모가 자녀들과 함께 상의하는 또 다른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주식이 안전 투자처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개인은 중소형주 중심의 단기 매매에 치중했지만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개인들은 이제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주 투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21년 5월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개인투자자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10%를 넘어서 국민연금을 제쳤다.

주가지수를 움직이는 대형주에 투자한다는 것은 장기투자를 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개인들이 주식을 저축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휼륭한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년 넘게 장외주식 투자에 전념해 온 필자의 입장에서 지금 주식시장의 모습은 코로나-19 사태 속의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그야말로 감개무량일 뿐이다. 이런 날이 올 줄은 솔직히 몰랐다. 요즘은 개인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도를 보면 소름이 날 정도다. 무서울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사람들이 나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2021년은 개인들이 주식을 안정적인 재테크로 인정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식이라는 투자처는 노력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성공하는 시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한 단타 매매로 차익을 얻는 상품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상품으로 생각하고 3년 이상은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가야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특히 거래소나 코스닥이 아닌 장외주식은 더욱더 장기적 저축 상품이라는 관점으로 투자해야 성공하는 시장이다.

거래소 및 코스닥 상장으로 가기 위한 공모주 시장은 이제 빅이벤트 시장이 되었다. 너무나 뜨거워진 공모주 시장에서 주식을 배정받지 못한 개인들은 이제 기회를 선점하자는 생각으로 장외시장에서 주식을 매수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장을 코앞에 둔 회사의 주식을 장외시장에서 매수해서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상장 직전의 주식은 장외시장에서도 기대감이 정점에 올라 있기 때문에 이미 가격이 너무 높아진 상태다.

그러기에 장외주식 시장은 더욱 더 장기적인 저축 상품으로 생각하고 적어도 상장 2~3년 전에 매수해서 상장까지 기다린다면 가장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만큼 기다림이 필요한 주식이기 때문에 반드시 본인의 자금으로 2~3년 정도 묶여 있다고 해도 개인이나 가계의 재무에 문제가 없는 돈으로 투자해야 성공하는 시장이라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주식이라는 상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합의적인 평등선에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돈으로 시작한 사람이나 큰돈으로 시작한 사람이나 누구나 동일한 출발점에 설 수 있는 것이 주식이다. 꼭 돈이 많아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작다고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합의적인 평등선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고 부자는 더욱더 부자가 될 수 있다. 다만 그 결과물에 대한 책임은 주식을 시작한 각자가 100% 부담하기 때문에 책임감도 무겁다.

소영주 전문위원
소영주 전문위원

주식은 자본주의의 꽃이고 투자의 꽃이다. 투자의 종합예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직 노력, 또 노력뿐이다.

위대한 예술가들도 눈에 보이는 천재성 뒤에 숨어 있는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 고뇌를 통해 명작을 만들어 낸다. 한 번의 예술무대를 위해 그들은 수없이 연습하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또 준비한다.

주식투자도 근거 없는 자신감보다 철저하게 준비하는 자세로 성실히 꾸준히 시장을 통찰하고 공부하는 사람만이 엘도라도의 황금산맥을 발견하고, 주식투자의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소영주 전문위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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