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진영서 ‘경선 연기론’ 공개 거론, 이재명은 “원칙대로 하는게 합당”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선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총리/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에서 대선 경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총리/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유력 주자들이 등판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박용진 민주당 의원에 이어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공개적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등 유력 대선주자들은 출마 선언에 앞서 대선 조직을 출범시키는 등 대선 출마를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민주당의 대선 레이스가 막이 오르면서 대선 경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당헌에 따라 대선 180일 전에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경선이 연기되지 않는 한 오는 6월 예비경선을 열어 9월 본경선에 오를 6명의 주자를 선출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경선 시기는 각 대선주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예민한 문제다.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대선주자 측은 다른 돌발 변수가 생기기 이전에 예정대로 경선을 치르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는 주자들은 최대한 시간을 벌어 지지율을 반등시킨 후 대선 경선을 치르려고 할 것이다.

지도부, ‘경선 연기’ 교통정리 어떻게 할까

이 같은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여권 내에서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공개 목소리는 이재명 지사와 정치적 앙금이 있는 친문 진영에서 나왔다. 경선 연기론자들은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더 늦은 대선 120일 전에 후보를 선출한다는 점과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친문 전재수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국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1년이상 치르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한다면 그것은 민주당만의 리그가 될 것이다.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또 “대선 180일 전에 이미 대선후보를 만들어놓고 국민의힘이 진행하는 역동적인 후보경선 과정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며 “특정 후보의 입장, 특정 계파의 시각에서 벌어지는 피곤한 논쟁이  아니라 중단없는 개혁과 민생을 위한 민주당의 집권전략 측면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연기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친이재명계인 민형배 의원은 “경선연기는 선거를 공학으로만 접근하는 하책이라고 본다”며 “자칫 당을 분열로 몰아넣고, 주권자 시민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자해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얻을 것은 없고 잃을 것만 한 보따리일 것”이라며 “그래서 경선연기는 패배를 앞당기는 것이나 다름 없다. 승리의 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경선 연기론을 설파하고 있는 사람은 김두관 의원이다.김 의원은 지난 11일 CBS에 출연해 “이재명 지사가 1위 주자이지 않나. 그래서 아마 지지하는 분들은 빨리 경선을 해서 불안 요소를 줄이고 싶은 그런 심정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제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면서도 “당 전체 선거 전략 차원에서 (연기를)고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경선 연기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자신들이 공개적으로 연기를 요구할 경우 당내 갈등이 본격화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들은 경선 연기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보다는 지도부의 조속한 교통정리를 압박하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최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는 말을 반복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당이 빠른 시일 내에 정리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나 “선수들은 주어진 룰에 맞춰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된다”며 “당 지도부가 최선의 숙고와 검증과 논의를 통해 안을 만드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선 경선 연기론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 12일 ‘비주거용 부동산 공평과세 실현’ 정책 토론회와 ‘민주평화광장’ 토론회에 참석한 뒤 경선 연기론에 대한 질문을 받고 “원칙대로 하면 제일 조용하고 원만하고 합당하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가 경선 연기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경선 연기 주장이 계속 제기될 경우 민주당은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최근 YTN에 출연해 “이 문제는 연기를 하든 안하든 빨리 매듭을 지어야 될 거라고 본다”며 “왜냐하면 이 문제 가지고 잘못하면 당이 쪼개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재명 지사 측에서 이 문제 가지고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필요하다면 나는 언제든지 연기되든 연기되지 않든 상관없다는 그런 아주 굉장히 통 큰 리더십을 보여주는 게 오히려 더 전략적으로 굉장히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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