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최근 한 편의점 업체의 행사 포스터가 남성 혐오 논란을 불러일으킨 끝에 결국 삭제됐다. 일부 네티즌은 이 포스터에 사용된 손 모양 이미지가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중심으로 한국 남성의 특정 부위를 비하할 때 쓰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업체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과문을 올리고, "논란이 되고 있는 영어 문구는 포털사이트 번역 결과를 바탕으로 표기하였으며, 이미지 또한 검증된 유료 사이트에서 '힐링캠핑' '캠핑'이 키워드인 디자인 소스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교양과 사람됨을 판단하는 척도다. 신중한 언어사용은 백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말하기와 글쓰기가 어떤가에 따라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으로 바뀔 수도 있다. 말과 글에는 평소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생각과 인식 수준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건설현장에서 어처구니없는 일이 3번이나 되풀이해 일어났다. 공사장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수칙 광고문구를 게시했는데, ‘여성 비하’가 명백하다는 것이다. 

‘공사 관계자 여러분! 작업장에서의 안전수칙을 지킵시다. 일단 사고가 나면 당신의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있고, 그놈이 아이들을 두드려 패며 당신의 사고보상금을 써 없애는 꼴을 보게 될 것입니다.’

이 문구는 2016년 대구 황금동 아파트 공사현장에 실제로 게시됐던 안전표어로 현장 관리자들의 무신경하고 저급한 언어사용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2m 남짓 크기의 입간판에 적혔던 이 안전표어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인데다 산업재해 책임을 근로자에게 지우는 듯한 인식을 깔고 있어 근로자들의 반발을 샀다. 

당시 전국건설노동조합 측은 성명서를 내고, 해당 건설사를 비판한 바 있다.

건설노조는 “죽고 싶어서 일하는 사람은 없다. 간판 내용은 사고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사고가 나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노동자 책임이라는 사용자 측 인식 때문에 저런 문구가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공사 측은 "사내 안전관리자들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문구를 차용해 안전표지를 만든 것"이라며 문제의 입간판을 철거 조치한 바 있다. 앞서 언급한 편의점 업체의 해명과 많이 닮아있다. 

문제는 2016년 대구 H건설 현장에 이어, 2019년 초 경기도 J건설 공사현장, 2021년 T건설 부산 건설현장에도 비슷한 안내판이 반복해 게시된 것이다. 

지난 3월 중견업체 T건설이 부산 시민공원 내 국제아트센터 건립공사 현장에 부적절한 안전표어를 내걸어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시민공원 내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공사현장에 이불을 뒤집어쓴 여성 및 5만원권 다발 이미지와 함께 ‘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 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라는 안전표어가 걸려 있었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시민이 해당 광고판을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하자 시민들은 "성인지 감수성 교육 좀 받아야겠다" "몇 년 전에 욕먹었던 건데 아직도 저 모양이네" "표현이 너무 저열하다" 등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지난달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서울시 중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질 광고판’을 건설현장에서 퇴출해 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저질 광고문구는 ‘사고가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 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라는 문장이다. 

노조는 이날 회견에서 2030 조합원 783명을 상대로 한 인식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건설노동자 45.1%(353명)는 ‘건설노동자를 무시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고, 8.4%는 ‘스스로 자괴감이 든다’, 4.7%는 ‘여성 차별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노조는 건설사의 천박한 노동관과 수준 낮은 여성관, 파렴치한 안전 인식이 이 같은 광고판의 배경이 됐다며, 노동자의 인권과 가족의 인권을 무시하는 광고판은 게재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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