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한 지 벌써 1년 전의 일이다. 백신이 없는데도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거나 “다른 나라보다 집단면역이 빠를 것”이라고 낙관론을 펼치기도 했다.

대통령의 경제 인식은 국민들이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 ‘마차가 말을 끄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으로 온갖 부작용이 속출하는데도 “정책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집값이 폭등해도 “부동산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고용률은 상승하고 실업률은 하락하여 고용지표가 개선된 듯하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임시방편으로 만든 단기 알바 일자리로 고용 상황이 좋아진 점을 자랑한다. 의도된 숫자로 자화자찬(自畵自讚)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통계청이 현 정부의 삶의 질 개선 정책에 맞춰 ‘맞춤 통계’를 내놨다는 비판을 쏟아낸다.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설치했던 현 정부는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자 재정을 투입해 고령자 단기 알바 자리를 집중적으로 늘려왔다. 2018년 50만 개였던 고령자 단기 일자리는 지난해 60만 개, 올해는 73만 개로 증가했다. 고용의 질(質)은 무시한 채 취업자 수만 부풀리는 것은 일종의 ‘일자리 분식(粉飾)’이다. 

통계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통계청장을 갈아치운다. 새로 임명된 통계청장은 느닷없이 소득통계의 표본수, 응답기간, 조사기법 등을 변경해 과거 소득과 비교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잘못된 정책이 소득격차를 심화하고 있는데, 정책을 고칠 생각은 않고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를 홍보하는 데 골몰하는 사이 국민의 통계 불신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입맛에 맞는 사실만 골라 보는 행태가 개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건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각종 통계자료가 발표되고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포털사이트에는 ‘통계 조작’이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는다. 자신의 정치 성향과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무조건 부정하고 비난부터 하고 보는 식이다. 통계 신뢰가 무너지면 국정에 대한 신뢰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언제부턴가 정부 통계를 믿지 못하게 돼 버렸다. 아무리 조사 방법이나 표본에 따라 오차가 있다고 하지만, 발표되는 결과는 조사마다 들쭉날쭉하고 체감하는 여론과도 거리가 멀다.

권력을 잡고 있는 쪽에서는 아무래도 정권 유지에 유리한 내용에 더 솔깃해진다. 청와대 인사들은 좋은 통계만 보려 하고 나쁜 통계는 애써 외면하거나 덮으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탈원전 정책도 국민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전은 값싼 전력 공급원으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원전을 태양광·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많은 나라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탈원전을 추진했다가 다시 원전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대통령이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한다고 원전 공사를 중단시켜 놓고서는, 외국에 가서 우리나라에다 원전 공사를 맡겨달라고 부탁하는 아이러니한 일을 보고 있다.

정부의 옥죄기식 대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당장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살아가던 실수요자들은 절망에 빠졌다. 잔금의 경우 분양아파트 담보로 대출이 가능하나, 계약금과 중도금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은 불가능하고 보유한 현금이 없다면 신용대출로 눈길을 돌려야 하는 처지다.

정부에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목표를 세우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대출을 막아버리니 피해를 서민들이 보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으로 집값이 잡히는 듯하나 지금은 오히려 집값이 다시 오르는 조짐을 보이는 걸 보면 대출을 옥죈다고 집값을 완전히 잡는 것은 아닌 듯하다.

국민은 피곤하다. 집 있는 사람은 세금 부담에 한숨을 쉬고, 집 없는 사람은 내 집 마련 꿈이 멀어져 서글프고, 전세살이 하는 국민은 급등하는 전세가에 밤잠을 설친다. 

서울 아파트 중간값이 9억원을 넘어섰다. 서민들이 자기 힘으로 서울에 집 한 칸 마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천문학적 수준으로 집값을 올려놓고는 대출까지 틀어 잠갔다. 현금 부자 아니면 집 살 생각조차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지난달 30일 29%까지 떨어졌다. 한국갤럽 조사로는 취임 뒤 최저치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 ‘부동산 정책’(28%), ‘코로나19 대처 미흡’(17%),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9%)을 많이 꼽았다. 여론 악화의 배경에는 ‘먹고사는 문제’에서 유능함을 보여주지 못한 집권세력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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