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코로나의 확산으로 전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고통이 유독 심한 듯하다. 어머니의 경우, 집 밖에 나가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종일 애 옆에 붙어있어야 한다. 3분의 2를 비대면으로 수업을 하는 바람에,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 주엔 게임과 유튜브에 빠져 있다. 그러다 보니 수업시간이 되어도 제대로 출석을 못 하는 경우가 많아 엄마는 온종일 아이들을 먹이고 놀아주고 또 수업에 늦지 않게 재촉도 하여야 한다. 그러다 컴퓨터나 인터넷이 말썽을 일으키면 아이와 함께 당황해하는 것도 엄마의 몫이다. 비대면 수업에 아이가 수업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 선생님들은 아이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어머니에게 전화한다. 아이와 어머니가 둘 다 전화를 안 받거나 편부가정인 경우를 제외하면 어머니는 수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준비된 학습 도우미인 셈이다. 교사들에게도 양육은 어머니의 몫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선생님으로서 아버지에게 전화하는 것이 불편하기도 할 것이다. 한국의 사회문화가 양육의 남녀평등에 이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육아정책연구소의 '2018년도 보육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자녀 양육 분담 비율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7.21대 2.79, 가사 분담 비율은 7.45대 2.55로 어머니에게 편중됐다. 게다가 코로나 19 펜데믹으로 여성의 몫은 더욱 많아진 것이다.

과거 외환위기였던 1990년대 후반엔 특히 남성들의 고통이 심하였다. 기업이 망하고 정리해고로 줄줄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노숙자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이때 남성 가장의 애환을 그린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의 코로나 19 팬데믹은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거나 거리 두기로 자영업 장사가 힘들어지면서 전 국민을 고통에 몰아넣었지만, 특히 여성들에게 더욱 잔인한 것 같다. 지난 28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구호단체 옥스팜(Oxfam)의 자료를 인용해 경제활동을 하는 전 세계 여성들이 지난해에만 8000억 달러(약 887조 원) 이상의 수입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인구수로는 6400만 명의 여성이 실직했으며, 이는 경제 활동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한다. 이는 3.9%가 일자리를 잃은 남성보다 높은 수치이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적 여파가 여성들에게 더 심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일자리의 안정성, 임금 등에 대한 기존의 불평등적 구조가 그대로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관광업, 음식 서비스업 등 여성들의 비중이 높은 산업 분야가 팬데믹 상황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보건, 사회복지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70%가 여성인데 국제노동기구는 코로나 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보건인력이 부족해지고 이는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22일 '코로나 19 고용 충격의 성별 격차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코로나 19, 1차 대확산이 발생한 지난해 3월 핵심 노동 연령(25∼54세) 인구 가운데 여성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만4100명이 감소했고 이는 남성 취업자 수 감소 폭(3만2700명)의 1.7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KDI의 김지연 연구위원은 "외환위기를 비롯한 과거 경제위기와 달리 코로나 위기에서는 여성 고용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며 "이는 기혼 여성의 고용률 하락에 주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혼 여성의 경우 코로나 위기 초기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가 모두 증가하면서 고용이 크게 위축되었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작년 1월 당시 남성 취업자의 대면 서비스업 종사 비중은 13%임에 비해 여성 취업자의 38%가 교육, 숙박·음식점업,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등 대면 서비스업에 종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펜데믹은 노동과 양육의 측면에서 여성의 삶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우리 사회는 코로나 19사태로 인한 여성의 피해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사태가 여성의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맞는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아동 돌봄 지원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미취학 아동에 집중했던 아이 돌봄을 초등학생과 중학생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 소득에 상관없이 이용하는 돌봄 지원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여성이 아이의 돌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의 돌봄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위기에서 드러난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특히 고용 충격이 컸던 대면 서비스업 등 실직자에 대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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