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가상화폐 대책 마련’ 필요성에 공감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되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 한수지 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 광풍이 불어닥치면서 정치권도 들썩이고 있다. 고용·주거 불안정에 시달리는 2030세대 젊은층이 가상화폐 시장을 마지막 ‘성공의 사다리’로 여기며 몰려들면서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국내 주식시장을 뛰어넘은 상황이지만 법과 제도가 허술해 자금세탁, 사기, 불법행위 등 부작용 우려도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도 과세는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정부가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가상자산 소득에 과세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함에 따라 내년부터 가상자산 거래로 연간 250만원 이상 소득이 발생할 경우 초과분에 대해 20%의 세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상화폐에 대해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그림을 사고팔 때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지만 그림 투자까지 정부가 다 보호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며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또 “저희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로 취급 업소 등록을 받는데 현재까지 등록한 업체가 없다”면서 “9월까지 등록이 안 되면 200여개의 가상화폐거래소가 다 폐쇄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하는 분들도 본인이 거래하는 거래소가 어떤 상황인지를 알아야 한다”라며 거래소 폐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젊은층에 대해서는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은 위원장이 이 같이 언급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은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가상화폐 법·제도 마련까진 진통 예상

이에 젊은층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가상화폐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가상화폐 관련 법과 제도 마련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2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가상화폐 문제와 관련해 “은행 계좌를 통한 입출금 등 기본 장치를 만들지 않으면 자칫 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며 “정부가 방치할 수는 없다. 투명성 등이 지켜질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그러면서도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가져와야 하나’라는 질문에는 “제도권으로 가져온다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어떤 거래 자체를 불법이나 탈법의 지대에 두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상화폐를 기존 화폐나 금융상품처럼 취급하는 나라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투자자 보호 규정 마련을 위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금융당국이 앞장서고 정부가 나서서 암호화폐에 대한 제도적 틀을 정비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또한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위한 산업적 환경, 제도적 지원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관련법 논의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저 역시 제가 발의한 법안에 대한 논의가 하루 빨리 이뤄지도록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힘쓰겠다”고 밝혔다.

오영환 비상대책위원은 비대위 회의에서 “경고성 메시지를 통해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하는 것보다 가상자산의 투명성과 거래안정성을 확보하여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재산은닉수단으로 악용하거나 가격을 조작하는 등의 불법행위들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구체적인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가상화폐 투자자를 보호하고 제도화를 연구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기로 방침을 정했다.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암호화폐 문제를 놓고 정부와 여당이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면서 “암호화폐 소득에 로또 당첨금 수준으로 과세하고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엄포만 놓을 게 아니라, 암호화폐를 제도화할 것인지, 투자자 보호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전문가들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수지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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