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분식(粉飾)’은 보여주기 싫은 부분을 감추기 위해 분을 바르는 것이다. 예컨대 가공의 매출을 기록한다든지 비용을 적게 계상하거나 누락시키는 등 기업 경영자가 결산 재무제표상의 수치를 고의로 왜곡시키는 것이다. 이는 다수를 속이는 범죄행위다.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해서도 분식회계는 이뤄진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나 실적이 반영되기 마련인데 부풀린 실적을 언론에 발표하면 주가는 오르게 된다. 

남양유업이 최근 자사 제품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를 발표해 ‘주가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소비자의 코로나 공포 심리를 이용, 부당한 이익을 노렸다는 의혹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최근 한 학술 심포지엄에서 자사 제품이 코로나19 항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고, 이는 주가에 즉각 영향을 미쳤다. 이날 남양유업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57% 급등해 38만원에 장을 마쳤다.

이번 발표는 ‘불가리스를 섭취하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체 밖에서 이뤄진 세포 실험의 결과다. 사람이 해당 제품을 섭취했을 때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남양유업의 발표가 오해를 부르자, 그 피해는 소비자와 개미의 몫이었다. 한동안 48만9000원까지 치솟았던 남양유업 주가는 이후 해당 연구결과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음이 알려지면서 32만원 대로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개미 투자자들이 투자에 가세한 시가총액 약 60억 원이 증발했다.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발표해 주가 급등을 유발한 경우는 남양유업에만 있는 게 아니다.

바이오업체 N사는 지난 2017년 6월 식약처에 퇴행성 관절염 줄기세포치료제의 조건부 품목허가 승인을 신청한 뒤, 허위·과장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를 받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N사 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 2013년 R사가 세계 최초의 줄기세포 기반 버거씨병 치료제를 개발해 식약처에 승인 신청을 했다며 주가를 올린 바 있다. R사 주가 역시 식약처의 승인 거절 이후 급락, 결국 상장폐지됐다. N사 회장은 2013년 6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기소 된 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D제약은 2018년 말 주가조작 의혹에 휩싸여 곤혹을 치렀다. D제약이 개발 중인 항암제 임상 연구 결과가 해외 유명 학술지에 실린다는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주가는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른 상황에서 D제약의 학회지 투고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주가조작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바이오주 전반에 걸쳐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D제약 측은 실무자의 실수라며 ‘정정공시를 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오보를 두 달 넘게 방치했다는 점에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더군다나 한국거래소가 주가급등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한 데 대해 ‘중요 공시사항이 없다’고 답한 것은 고의성을 의심케 하는 부분이었다. 

개인투자자가 공시를 확인하는 것 말고는 기업 사정을 제대로 알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 기업은 연구개발 투자나 임상연구와 같이 기업가치에 큰 변동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투자자에게 제대로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가게주인이 점포를 매각할 때 흔히 쓰는 방법이 있다. 휴일이나 장사가 잘 되는 시간에 매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손님이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가짜 손님을 동원하기도 한다. 막상 계약을 하고 나면 그제야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당시 D제약 측은 “어떠한 이득도 취한 사실이 없는 만큼 주가조작 가능성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주가 폭락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는 분명히 있다. 거짓정보로 투자자를 현혹시키는 ‘나쁜 가게주인’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남양유업은 이번 연구결과 발표 논란과 관련해 지난 16일 사과문을 내면서도 여전히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관철해 더 큰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표 결과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