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칼럼] 온라인에서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그의 남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위해 ‘#나도 범인이다’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나도 범인이다. 캠페인에 동참한다”며 “과거 봉사활동을 5시간했는데, 7시간 한 것으로 됐다.”, “외국계 임원시절, 수많은 클라이언트 유학파 자제들에게 회사 이름의 번지르르한 인턴 증명서에, 대학원 추천서를 써준 난 완전 강력범죄자”, 와 같은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모두 범법행위이다. 그런데도 이런 글들이 공개된 게시물에 올라온다는 것은 인터넷이란 매체가 이제 엄연히 하나의 여론 형성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유튜버는 “조국 전 장관, 정경심 교수 가족에 대한 검찰의 비상식적인 공격에 분노해 ‘#나도 범인이다’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했다. 이 유튜버는 검찰의 행위는 비상식적인 ‘공격’이고 조 전 장관 부부의 범법행위는 정당하고 일반적인 행위라며 여론을 조성하려고 하고 있다.

신문, 잡지, 인터넷, 방송 등을 매체라고 하는데, 언론은 이러한 매체를 통해서 사회에서 일어난 사실을 알리거나 또 어떤 사회적인 문제가 일어났을 때 그에 대해 제시되는 각종 의견 중에서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을 말한다.

요즘은 인터넷의 역할이 커가면서 2009년 개정된 언론중재법은 언론의 기사를 인터넷으로 계속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전자간행물(‘인터넷 뉴스 서비스’)을 경영하는 자를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로 정의하고(언론중재법 제2조 제18호, 제19호),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를 ‘언론 등’에 포함시켜 포털도 언론중재법상의 각종 규제를 받도록 하고 있다(언론중재법 제5조 제1항 등). 사이버의 발달로 인터넷의 여론 형성 기능은 이제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얼마 전 모 언론인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는 한 언론인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퇴출해달라는 청원에 동의하는 사람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청원은 ‘이 언론인은 대놓고 특정 정당만 지지하며 그 반대 정당이나 정당인은 대놓고 깎아내리며 선거나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어 모 방송이 특정 정당 지지하는 정치방송이 된 지 오래라며 이제 그만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내용으로 청원이 제기된 지 6일째인 4월 18일 현재 29만 명이 넘는 국민의 동의를 얻어낸 상태였다.

그런데 이 언론사의 해명 중 이 언론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2018년 1분기부터 3년 넘게 라디오 청취율 1위를 기록하는 대표 프로그램이라는 부분이 있어 주위의 지인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아쉽게도 필자의 주위에는 이 방송을 들어본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고 방송사의 해명이 엉터리라는 이야긴 아니다. 다른 많은 사람이 이 방송을 들었다고 여겨진다.

이 방송은 2018년 이후 6건에 달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법정 제재를 받아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최다 건수를 기록했는데 사유는 모두 ‘객관성 위반’이었다고 한다. 나무위키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보니 자세한 내용이 적혀 있는데 모두 편파적이고 또 사실과 다른 방송이 많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왜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인터넷 물과 방송을 그것도 즐겨 찾을까? 여론의 형성을 위해서는 언론은 사실을 보도해야 할 것인데 이렇게 편향된 주장을 쏟아내는 매체도 언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월터 리프만은 “우리는 먼저 보고 나중에 정의를 내리지 않고 반대로 정의를 내리고 나중에 본다.”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선택적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매체를 택하며, 상대방도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편리한 대로 정보를 해석하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사고와 흐름에 자신을 개방하는 곳이라기보다 기존에 지니고 있던 생각을 재확인하는 공간으로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이런 기제는 사이트에 대한 접속 단계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다.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 정보, 내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담고 있는 사이트는 처음부터 배제해 버리고 자신의 관점과 잘 맞는 사이트에 모여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

사람들은 그 속에서 서로가 유사한 의견을 공유하는 가운데 집합적인 견해는 점진적으로 극단화되고 집단 간의 분열은 더욱 심화한다. 사이버의 이념은 이질적인 집단들 사이의 열린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용자들은 이 개방성을 마다하고 닫힌 커뮤니케이션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 사회는 분열과 내집단 외집단 편 가르기 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이들 적절치 못한 언론들에 의해 강화되고 있다. 리프먼은 인간이 이성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믿을만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계속 제공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방송은 팩트체크라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의 정보만 다루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현재의 각종 언론 관련 심의위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보와 현실과의 간격을 좁히기 위한 편중되지 않은 인사들로 구성된 공정한 구조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 외부인사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