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망초 꽃무리 깊은 천변/넉넉한 외로움으로 걷는데/까만 눈알 하나./고요도 황홀도 비애도/ 몹쓸 짓이어라/ -강신애 詩 'CCTV' 

폐쇄회로TV(CCTV)가 시의 소재가 될 정도로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걸 절감한다. 일간지 칼럼을 통해 앞의 시를 소개한 시인은 말한다. 

“CCTV는 우리가 사는 시대를 말해주는 물건이다. 그것이 선이든 아니든 한 시대의 단면이다. CCTV는 순기능도 많다. 하지만 가끔 나를 지켜보는 듯한 눈길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 건 사실이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 사회가 돼 버렸다. 이러다 보니 기계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씁쓸한 지경에 이르렀다. 

CCTV는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자식이 얼마나 심한 학대를 당했는지 보려고 CCTV 영상 열람을 요구하는 일도 늘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 수사가 진행 중일 경우 CCTV 영상은 비공개 대상으로 피해 아동의 부모는 볼 수 없었다. 학부모의 강한 요구가 있으면 수사관에 따라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고 그러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려고 경찰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CCTV 영상을 요청하면 정보공개 청구절차에 따라 공개하도록 수사 지침을 만들었다. 이런 조치도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전에 차를 몰다 경찰의 함정단속에 걸리는 경우가 잦았다. 경찰관이 도로 곳곳에 숨어 주행 차의 과속을 단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지나면 어김없이 집으로 교통범칙금 고지서가 날아들었다. 사고위험이 높은 도로에서는 속도를 줄여야 하고, 그래서 경찰이 단속을 했을 법하다. 이젠 그런 도로 감시 역할을 수많은 CCTV가 하고 있다. 

CCTV는 교통용·산업용·교육용으로 생활 곳곳에 설치돼 있고, 미연에 사고를 예방하고 특정 범죄사건 해결에 결정적 제보를 하는 순기능이 있다. 우리는 집을 나서는 순간 출처 불명의 시선을 받게 된다. 하루 평균 83회 CCTV에 감시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생활 속에서 감시는 일상적인 일이 된 것이다. 

최근 병원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의료인 측에서는 수술실 내 CCTV가 감시용으로 사용될 경우 의료인의 시술 행위가 위축돼 소극적·방어적 수술에 그쳐 오히려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기도는 2018년 10월 전국 최초로 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포천 등 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89.0%에 달했다.

환자들의 오랜 염원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국회 법안소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의료기관 CCTV 설치법안이 절반의 합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에는 여야 의원 모두 찬성해 소기의 성과를 이뤘으나,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는 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발생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국회에서 사실상 무산된 것에 대해 “권한을 위임받은 선출직 공무원(국회)이나 임명직 공무원(복지부 등)들이 국민의 뜻에 어긋나도록 수술실 CCTV 설치를 외면하는 것은 위임의 취지에 반하며 주권의지를 배신하는 배임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