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들의 광명 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지역의 토지 거래가 정부 부동산 대책 발표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정보 유출이 의심되고 있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김상훈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토지거래는 지난해 8·4 대책과 지난달 2·4 대책 직전에 집중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사진은 이날 오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도로에 붙은 토지강제 수용 규탄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LH 직원들의 광명 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지역의 토지 거래가 정부 부동산 대책 발표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정보 유출이 의심되고 있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김상훈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토지거래는 지난해 8·4 대책과 지난달 2·4 대책 직전에 집중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사진은 이날 오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도로에 붙은 토지강제 수용 규탄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뉴스워치=사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법의 복마전이 돼버렸다. LH가 투기를 꾀하는 무리들이 모인 곳이라는 비유들이 속속 등장하고 11일 정세균 총리는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를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하며 밝힌 13명에서 7명이 추가된 투기 의심 사례를 발표하자 ‘셀프 조사’라는 비판만 무성했다. 설마 공직자가 실명으로 투기를 하겠느냐고 국민들이 예상한 만큼 전수조사를 한 셈이다.

앞으로 수사 범위와 대상을 넓혀 가차명으로 이뤄진 투기까지 잡아야 하겠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속 타는 농민들의 심정이다. 근래들어 농촌은 귀농, 귀촌 인구가 증가하면서 농업의 새로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탈농(脫農)에 따른 농업인구의 감소세 속에서도 지역마다 농업의 경쟁력을 확인케 하는 긍정적인 지표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때 LH 직원들의 탐욕스런 땅 투기는 농민들에게 절망을 안기고 경자유전(耕者有田)의 근간을 뒤흔드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 중심에는 오랜 기간동안 만연해온 ‘무늬만 농사꾼’들이 있다.

농지를 취득한 후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가짜 농사꾼을 일 컫는 ‘무늬만 농사꾼’은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 각 지자체마다 이들을 적발한 후 농지처분의무부과 청문을 실시하고 있지만 법망을 교묘히 빠져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청문 이유는 각종 개발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을 노려 농지를 구입한 뒤 농사를 짓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엔 농지처분 명령을 내리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처분하지 않으면 개별 공시지가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처분할 때까지 매년 1회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농지 소유주 대부분이 외지인으로 밝혀 지면서 농지의 공익성 확보와 실수요자인 농업인의 농지 이용을 가로 막고 있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역시 경자유전의 원칙을 철저하게 무시하며 ‘가짜 농사꾼’ 행태를 보였다.

신도시 예정지에 농지를 매입한 이들은 벼농사나 밭농사를 짓겠다고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보상을 받기위해 어린 나무를 심었다. 농지를 취득할 때는 합법적인 근거로 주말.체험 영농 목적을 내세웠지만 주변 농민들은 땅 주인을 본 적이 없거나 잡초도 안 뽑고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증언하고 있다.

신도시 예정지 농민들은 LH 직원 등 투기꾼에게는 농지법 위반에 근거해 수사를 하고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조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만약 이행강제금을 체납하면 소유한 모든 농지를 압류하고 계속 납부를 거부하면 공개매각도 가능하다.

농민들의 이같은 주장은 LH 직원 땅 투기와 관련해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투기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고, 이들의 자백이 없다면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기 때문에 나온 조치다. 내부 정보를 이용한 공직자의 불법 투기를 알고도 마땅히 처벌을 못하는 실정이 안타까울 뿐이다.

불법을 감시해야 할 LH 직원까지 만만하게 봤던 농지법은 이제 어떤 형태로든 손을 보아야 할 때다. 이와 관련해 민변은 1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투기 제보 이후 경과 및 법적 평가를 분석하는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이강훈 변호사는 LH 사태로 드러난 '농지 투기' 행위에 대해선 각 지자체별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며 "허위 영농 계획서를 제출해서 지자체를 기망해 농지 취득 자격을 갖는 투기 이익 방치는 도둑질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고 일갈했다.

특히 "전업농이 아니라 주말농장을 한다면서 하는둥 마는둥 하는 사람도 많은데, 외지인들의 경우 협의양도인 택지 공급 및 주택 특별공급을 전부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무늬만 농사꾼’들은 농지를 부동산의 재테크의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병폐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제주에서는 도지사가 불법.가짜 농사꾼과 전쟁을 선포했을 정도다.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제주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자조 섞인 표현까지 나왔지만 실제 제주에 농지를 소유한 외지인이 무더기로 나왔다.

실제 ‘무늬만 농사꾼’들 뒤에는 기획부동산이나 ‘떴다방’, 영농조합법인들이 똬리를 틀고 앉아 농지를 온갖 편법을 이용해 쪼개거나 난개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 만큼 전국적으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무늬만 농사꾼’을 척결하고 이 땅에서 농지 투기를 뿌리 뽑아야 한다. 그것이 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으로 불거진 성난 민심을 달래고 농민들의 무너진 가슴을 어루만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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