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전국 낙찰가율 2001년 이후 사상 최고치 기록
업무∙상업시설 총응찰자 수 대폭 증가해 모처럼 '활기'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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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 윤영의 기자] 코로나19에 빗장이 걸려있던 경매 법정이 다시 열리자 경매시장에 일찌감치 춘풍(春風)이 불고 있다. 전국 모든 용도의 낙찰률, 서울 지역 아파트 낙찰률이 지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

주거시설 전체와 경기도 아파트 낙찰가율 역시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른 훈풍은 그동안 꽁꽁 얼어있던 업무상업시설에도 모처럼 활력을 불어 넣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8일 발표한 ‘2021년 2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경매 진행건수는 9983건으로 이 가운데 4346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43.5%, 낙찰가율은 77.9%를 기록했으며 평균응찰자 수는 4.3명으로 집계됐다.

2월 낙찰률 43.5%는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직전 최고치는 지난 2017년 7월의 43%다. 주거시설 전체 낙찰가율도 90.6%로 직전 최고치를 넘겼다.

지난해 3월 3873건으로 월별 기준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던 진행건수는 4월부터 11월까지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기록했으나 3차 대유행 여파로 법원 휴정이 속출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 연속 1만건을 하회하고 있다. 진행건수는 줄었으나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은 유지되면서 낙찰률과 낙찰가율은 전월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제주도 낙찰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점이 눈에 띤다. 2월 제주 전체 낙찰가율은 96.7%로 서울(9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는 2월 8일 낙찰된 애월읍 하귀리 소재 전이 587%라는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한데 따른 것으로 이 물건은 고가낙찰 후 대금미납을 반복하고 있는 악성 경매물건이다. 대구, 광주, 충남, 전남의 낙찰률이 50%를 넘기면서 이들 지역 경매법정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서울과 경기도 아파트 역시 투자자들의 지칠 줄 모르는 관심 속에 역대급 대열에 합류했다. 2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80%로 직전 최고치인 2018년 10월의 79.5%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코로나19 이전 월 100여건 정도였던 서울 아파트 진행건수가 절반도 안되는 30~40건으로 급감하자 경매시장에 나오자 마자 팔려나가는 형국이다. 경기도 아파트 낙찰가율 역시 113.9%로 2006년 12월에 기록한 111.5%를 가뿐하게 넘어서며 신기록을 세웠다. 2월 낙찰된 경기 아파트 271건 중 절반이 넘는 146건의 낙찰가가 감정가 보다 높았다.

총응찰자 수가 2개월 연속 증가하며 1만8000여명까지 증가하자 그동안 경매시장에서 철저하게 소외됐던 업무상업시설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2월 업무상업시설의 총응찰자 수는 2013명으로 2016년 10월(2289명) 이후 4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2000명을 넘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한 자릿수에 그쳤던 총응찰자 수에서 업무상업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1월 10.4%, 2월 11.2%로 늘어 업무상업시설 투자자들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무상업시설의 낙찰률도 2017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고 낙찰가 물건은 경남 창원시 웅남동 소재 공장(3만2846㎡)으로 감정가(456억103만원)의 77%인 351억5300만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은 선반과 CNC 등 공작기계 전문인 한국공작기계 소유 공장으로2019년 11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은 바 있다. 파산선고 직후인 2019년 12월 경매개시결정이 내려진 뒤 1년여만인 지난해 11월 첫 입찰 이후 2차례 유찰을 거쳐 2월 19일 3회차에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 2위는 전남 신안군 구대리에 소재한 전으로 지난해 10월 낙찰됐으나 잔금미납이 발생해 재매각이 진행돼 252.3%의 낙찰가율을 기록하며 211억5600만원에 낙찰됐다. 3위는 경남 창원시 팔용동의 공장으로 146억5261만원에 낙찰됐다.

2월 최다 응찰자 수 물건의 경우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읍 교항리 소재 잡종지(489㎡)로 76명이 입찰에 참여해 감정가(4억7286만원)의 2배가 넘는 11억2200만원에 낙찰됐다. 공유물 분할을 위한 형식적경매로 나온 이 물건은 동해 바다가 바로 앞에 펼쳐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생활형 숙박시설이 새로운 틈새 수익형부동산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해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생활형 숙박시설을 지으려는 수요가 몰려 76대 1이라는 강원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응찰자 수 2위는 광주광역시 북동의 도로로 65명이 입찰서를 제출해 감정가(5907만원)의 470%인 2억7787만원에 낙찰됐다. 이어 3위는 60대 1의 경쟁률 끝에 6050만원에 낙찰된 경기도 여주시 우만동의 토지가 차지했다.

윤영의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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