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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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사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투기 의혹이 3기 신도시 개발의 실체까지 바궈 놓을 기세다. 신도시 개발이 공기업 공직자의 일탈로 인해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합동조사단의 전수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리게 됐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다음 주 3기 신도시 등에 대한 공직자들의 토지거래 내역을 전수조사한 뒤 결과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국토부와 LH 등 정부부처, 지자체 등 공공기관 직원과 그의 가족이다.

3기 신도시 6곳과 100만㎡ 이상 택지인 과천, 안산 장상 등 모두 8곳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신도시 예정지 변경 등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사정 당국이 아닌 정부 조사에 대한 불신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아직까지 계획 무산은 안된다는 신중론이 앞서고는 있다.

하지만 공직자들의 땅투기 의혹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은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폭로로 불거졌다.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제보를 받고 토지 등기부등본과 LH 직원 명단을 대조한 결과 10여 명이 매입 정황이 확인됐다”며 “이는 공직자윤리법 및 부패방지법 위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수도권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이 모두 10필지 2만3028㎡(약 7000평)를 100억원 가량에 매입했고 특정 금융기관에서 약 58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LH 직원들이 매입한 토지는 신도시 지정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해 있는 농지로,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과 대토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농지의 경우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에 따라 소유자격이 농업인과 농업법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1996년부터 개정된 농지법은 도시 거주인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했지만 소유만 하고 농사를 짓지 않으면 처분의 의무를 져야 한다. 이러한 법이 있는데도 농사는 커녕 대토보상을 목적으로 어린 나무를 심었다고 하니 농사보다 투기 목적임이 드러난 셈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는 아파트 값에 기름을 붙는 그들의 행위는 누가 보더라도 투기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LH 직원들은 공동 매입 후 보상 이익을 높이기 위해 필지를 쪼개는가 하면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거액의 대출을 일으키는 등 투기꾼의 전형을 보여줬다.

더욱이 이들 직원들 중 상당수가 토지 판매나 보상 업무을 맡고 있어 불법 행위를 단속해야 할 공직자들이 오히려 뻔뻔스럽게 가담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의 강도는 세다. 결국 공직자들의 땅투기는 주택공급에서 상식에 벗어난 분양가라는 의심을 낳고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집 없는 서민들이다.

청와대를 향한 LH 투기 의혹 관련 청원글이 이를 잘 대변한다. ’LH임직원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의혹 국정감사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에서 청원인은 “3기 신도시와 무주택만 바라보며 투기와의 전쟁을 믿어왔는데 정말 허탈하다”며 “한두 푼도 아니고 10여 명이 100억원이라는 기사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고 적시했다.

물론 사안이 중대한 만큼 LH는 즉각 반응했다. LH는 사과하고 다시는 투기 의혹 등으로 국민의 공분을 일으키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직원들의 투기 척결을 위한 노력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것으로 지금까지도 제도적 장치가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하니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 역시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인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것인지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

문제는 이번 투기 의혹은 개인적 일탈을 넘어 처벌 규정이 관대한 것은 물론 ’제 식구 감싸기’를 통한 공공기관의 처신이 한몫을 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밝혀진 LH 직원 투기 의혹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강도 높은 전수조사가 진행돼야 한다.

제보를 통해 무작위로 선정한 것이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인 만큼 더 큰 규모의 투기와 의혹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허술한 현행 공공주택특별법과 부패방지법을 손질해 관리, 감독 체계와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범죄에 대해서는 일벌백계하고 이번 기회에 한탕주의에 혈안이 된 투기 세력들의 농간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당국은 더 이상 투기 세력들이 판친다면, 내 집 마련을 바라는 실수요자들의 꿈을 멍들게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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