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 김웅식 기자]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국회의장을 만난 박병석 국회의장이 한국·UAE의 전통적 원전 협력 라인을 강조하며 원전기술 제3국 진출을 기대했다. 

박 의장은 이날 "양국의 관계는 원자력발전소와 아크부대 존재라는 것으로 상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원전 건설은 양국이 공동으로 제3국 진출하는 것까지 빠른 시일 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박 의장의 이 같은 미래지향적 '원전 협력' 강조는 중요하기는 하나 사실상 현실성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데다 한국형 원전 해외 세일즈도 차질을 빚고 있다. 심지어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를 고사 직전으로 몰아넣고선 원전을 외교 전략으로 이용하는 건 현 정부가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탈원전 정책 속에 원전산업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은 총 1988개다. 국내에 원전을 건설하지 않으면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원자력 관련 공기업과 민간기업에서 퇴직하는 직원이 잇따른다. 상당수 전문인력은 ‘미래’를 위해 해외로 떠나고 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에너지원별(kWh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석탄이 991g, 석유는 782g, 가스는 549g이다. 태양광은 57g, 원자력은 10g밖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경제성까지 고려한다면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원자력보다 좋은 에너지는 없어 보인다. 

에너지가 날씨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이 기피 대상이 된 데에는 영화에 등장하는 ‘원전 사고’ 이미지의 영향이 커 보인다.

소련의 체르노빌과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는 원전에 대한 두려움을 블록버스터급 재난 이미지로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기술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안전장치를 의도적으로 해제한 채 무리하게 실험을 감행한 기술자의 공명심이 원인이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지진해일에 의한 원자로 침수로 정전이 됐기 때문에 일어났다.  

탈원전은 원전 사고 여파로 한때 세계를 유행처럼 휩쓸었으나 이제는 그 흐름이 반전되고 있다. 당초 기대한 환경개선 효과보다는 전력난을 초래했고 4차산업으로 급증하는 전력을 원자력발전이 아니면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전사고를 겪은 일본마저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고, 미국은 60년이나 된 원전의 수명을 20년이나 연장하고 있다. 

과학계는 원전인력 해외 유출, 부품사 도미노 파산으로 우리나라가 60년간 어렵사리 쌓아온 세계 최고 원전 기술과 생태계가 붕괴돼 당장 5년 내 기존 원전 운영마저 어려워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기술은 핵폭탄 제조 기술과 비교할 수 없다. 원전은 적어도 200만개의 부품이 얽히고설킨 하이테크 기술의 집합체다. 독자적으로 원전을 만들고 수출도 하는 나라는 극소수다. 핵보유국인 러시아와 프랑스, 중국 정도다. 여기에 핵보유국이 아닌 우리나라가 더해진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해외수출이 어려워졌다. 탈원전을 외치면서 원전 수출 세일즈를 하는 것은 “우리가 폐기하는 원전을 당신네는 믿고 쓰도 된다”는 격이니, 이런 아이러니한 말이 해외에서 통할 리 없다. 

김웅식 편집국장 newswatch@newswatch.kr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