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박서하
그림=박서하

지난주에 일본 대중목욕탕에 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한 번 더 일본인의 목욕 문화에 관한 저의 실수담을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가정집 욕조 물도 대중목욕탕의 탕처럼 모두가 사용한다는 사실, 모르셨죠? 그것 일본이 우리와 목욕하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본사람이 목욕을 좋아하는 것은 바로 높은 습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본에 살면서, 일본에 살면 목욕을 싫어하는 사람도 매일 목욕을 할 수밖에 없겠다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특히 여름은 땀으로 몸이 끈적해져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습도가 높은데, 태평양 해상에서 발생한 온난다습한 수증기가 일본 열도를 뒤덮기 때문입니다.

유학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에서 오신 어머니를 모시고 일본의 와카야마의 전통여관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규모가 비교적 작은 여관으로 노천이 딸린 공동목욕탕은 따로 있었지만, 시간제한이 있어서 각층에 딸린 가정용 정도의 크기의 목욕탕을 이용했습니다.

이미 따뜻한 물이 받아져 있었기에 저는 목욕 후 욕조의 물을 빼고 깨끗이 청소를 해 놓았습니다. 그랬는데 여관 종업원이 매우 난감해하더라고요. 그리고 나중에 알았죠. 일본에서는 욕조에 물을 받아서 가족 모두가 사용한다는 걸요.

그래서 목욕하다는 일본어로 목욕하다가 아니라 욕조에 들어간다는 의미의 ‘오후로니 하이루(お風呂に入る)’라고 합니다. 즉 욕조에 들어가는 것이 목욕인 셈이지요. 참고로 ‘목욕하다.’는 말은 쓰이지 않고 ‘샤워하다(しゃわする)’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일본인들은 어릴 때부터 샤워가 아닌 탕에 들어가는 목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혼자 살아도 샤워가 아닌 목욕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고 합니다. 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1987년, 그 해의로 신조어로 아사샹(朝シャン)이라는 말이 선정되었는데, 젊은이들이 저녁에 목욕 대신 아침에 샤워하는 것이 신풍속으로 유행하며 생겨난 말입니다.

그 정도로 일본인들은 아침에 샤워가 아닌 저녁의 목욕을 즐겼던 겁니다. 그런데 한번 물을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아까워 물을 빼지 않고 다음 날에 데워 사용하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본인들은 우리처럼 때를 밀지 않기 때문에 욕조 밖에서 어느 정도 씻고 나서 욕조에 들어가 몸을 따뜻하게 하는 거죠.

그러면 나중에 들어온 사람은 물이 차갑지 않겠냐고요? 당연히 그러겠죠. 그렇다고 온수를 계속 틀어놓을 수도 없지요. 그래서 일반가정에서는 반쯤 접히는 욕조 덮개로 덮어두었다가 들어갈 때 반만 열어서 들어가고 나올 때 다시 덮어 둡니다.

요즘은 일반 가정집의 욕조에도 가스로 다시 물을 데우는 설비가 욕조에 설치된 집이 많습니다. 이걸 오이타키(おいたき、追い炊き)라고 하는데, 화장실의 비데처럼 누름판이 있어 목욕물 온도와 타이머 설정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물이 식으면 다시 데워서 사용하는 거죠. 매일 목욕은 해야 하는데 더운물을 많이 공수할 수 없던 시절, 가족 모두가 매일 목욕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나름의 지혜겠죠.

최유경 교수
최유경 교수

◇이화여자대학 졸업

◇오사카부립대학원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 성균관대 등 다수대학에서 강의

◇서울대인문학연구원, 명지대 연구교수, 학술교수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