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대안에 대한 검토 없이 과도하게 신체 제한 할 소지 높아”

[뉴스워치= 현성식 기자] 정신과 전문의가 환자 대면진단 없이 '필요시(PRN) 강박'을 처방하는 것은 환자의 신체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1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정신의료기관 B병원에 입원하는 과정에서 주사약만 투약받고 48시간 동안 지속적인 강박을 당해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의료진의 안전을 위한 예방적 조치일지라도 대안에 대한 검토 없이 과도하게 입원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게 할 소지가 높다고 봤다.

A씨는 입원초기 3일 동안 1차 3시간 50분간, 2차 4시간, 3차 14시간, 4차 2시간에 걸쳐 총 23시간 50분 동안 지속적으로 강박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B병원은 “중간에 강박을 해제했으나 A씨의 난폭한 행동이 계속되면서 직원 폭행 위험이 예상, 다시 강박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주치의가 퇴근하면서 ‘환자 상태 심각시, 공격성 표출이 심할 경우 필요시 강박 가능하다’는 지시가 있어서 강박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격리, 강박지침은 강박은 1회 최대 4시간, 연속 최대 8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최대 허용시간을 초과할 경우 정신건강 의학과 전문의 대면평가와 사후 다학제팀에 의한 적합성 평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B병원의 경우 진정인에 대한 3차 강박을 14시간 동안 지속하면서 당직의가 있었으나 대면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등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났다.

이와 함께 B병원은 의료기록에서 “필요하면 강박하라”고 하는 주치의 ‘PRN’ 처방이 있으면 간호사들이 격리 및 강박실행일지에 ‘주치의 지시 하에’라고 기계적으로 기록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인권위 장애인차별 시정위원회는 이같은 기록으로 볼 때 병원에서 PRN 처방이 관행화됐다고 봤다. 시정위는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위한 예방적 조치라도 PRN에 의한 강박지시는 대안에 대한 검토 없이 신체적 제한이 과도해질 수 있어 미국, 호주 등의 국가에서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역시 ‘격리, 강박지침’에서 강박의 최대 허용시간을 4시간으로 규정하고 있고 연장 시에는 ‘전문의 평가에 의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등 실질적으로 PRN 지시에 의한 강박이 제한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B병원이 복지부 격리, 강박지침을 위반하고 PRN처방에 의해 진정인을 과도하게 강박한 행위는 헌법 제12조에 의한 신체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필요시 강박을 지시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재발방지 대책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현성식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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