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배당성향 30% 약속했지만 최악 실적으로 실현 가능성 낮아
경영여건 악화 속 LG생활건강은 약진·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도 경영방식 지적 요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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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치= 문다영 기자] 코로나19사태로 글로벌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아모레퍼시픽의 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 코로나19 사태로 악화된 경영환경 속에서 최악 실적은 어쩔 수 없는 결과로 보여졌지만 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큰 격차를 보이면서 오너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에 더해 그간 줄곧 문제점으로 지목돼 왔던 일감몰아주기의 경우 법개정을 통해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직계열화 방식을 고수했던 아모레퍼시픽의 경영방식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기도 했다. 무엇보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이 지난해 1월 약속한 '3년 안 배당성향 30% 확대' 건은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를 상승시켰지만 당장 올해는 불가능하고 향후도 약속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러모로 아모레퍼시픽에 2021년은 위기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아모레퍼시픽, 배당성향 30% 약속했지만 실현 가능성 낮아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배당성향이 도마 위에 올랐다. 14일 관련 업계들 사이에서는 아모레퍼시픽 배당은 2019년 1주당 1000원이었던 것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배당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순이익이 2019년에 비해 90%나 감소하는 등 2020년 최악 실적을 기록한 탓이다. 

지난해 1월, 주주환원 강화를 약속하고 배당성향을 3년안에 30%로 확대하겠다던 약속이 있었기에 주주들의 실망감은 크다. 이같은 약속은 올해는 지켜질 수 없을 가능성이 무척 높다. 향후 몇년 간도 이같은 배당이 현실화되기는 암울한 상황이다. 배당성향 확대 발표를 항 당시만 해도 아모레퍼시픽의 현금배당 성향은 30%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2018년 24.5%, 2019년 29.7% 등 지속적 상승세로 30% 배당은 결코 무리수가 아닌 약속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3조원대 이익잉여금을 확보해둔데다 배당성향 30% 확대 공시 정책을 고려해 배당성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기에 아직 배당 유지, 혹은 확대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어려워진 경영여건, 쉽게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환경을 생각하면 무리한 현금배당 실시는 힘들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지배적이다. 각종 증권사들도 아모레퍼시픽 배당 규모를 2019년보다 크게 줄어든 수준으로 낮게 추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두가 예상한 일이긴 하다. 코로나 19가 발발하면서 전세계 왕래가 멈추다시피 했기에 글로벌 관광객이 주된 수익원이었던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수요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크게 줄었다. 최악의 실적이 충분히 이해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함께 어려운 한 해를 보낸 LG생활건강과 비교해 보면 아모레퍼시픽의 경영능력이 도마 위에 오른다.

◇'코로나 19 탓 위기'? 같은 상황서 LG생활건강은 승승장구

지난 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07억원으로 전년보다 69.8% 감소했고 매출은 21.5% 줄어든 4조 930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 영업이익은 1조 2209억원으로 3.8% 증가했으며 매출은 2조 8445억원으로 2.1%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3.2% 증가한 8131억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뷰티업계 순위가 뒤바뀌기까지 했다.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에 1위 자리를 내어주고 선도자가 아닌 추격자의 입장이 됐다. 

일각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화장품에 집중돼 있기에 LG생활건강처럼 별도 실적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그러나 화장품 분야만 보더라도 전략적 차이가 컸다. 특히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에 1위 자리를 내어준 가장 큰 요인이 중국시장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아모레퍼시픽은 로드숍 브랜드 이니스프리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한 후 오프라인 매장 수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로드숍 및 백화점, 면세점 등 오프라인 시장에 집중했던 아모레퍼시픽에 코로나19는 직격탄이 됐다. 성장의 정체는 물론이고 코로나 19로 면세점 등 오프라인 매출이 급감하며 영업이익이 추락했다. 저가 브랜드인 이니스프리에 매진한 것도 독이 됐다는 평가다. 중국에서도 중저가 브랜드들이 속출하면서 이니스프리 매출은 2016년부터 이미 하락세였다. 

반면 LG생활건강 전략은 달랐다. LG생활건강 역시 아모레퍼시픽처럼 저가 로드숍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2018년 사드로 인한 중국한한령이 LG생활건강 전략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LG생활건강은 판매율이 급감하자 오프라인 매장 130개를 철수하고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 후를 내세우며 프리미엄 브랜드에 집중했다. 디지털 전환과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라는 빠른 태세전환은 지난해 11월 LG생활건강에 중국진출 후 최대매출 경신이라는 기록을 안겨주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사진=연합뉴스)
아모레퍼시픽 본사 전경(사진=연합뉴스)

결국 전략이 희비를 가른 셈이다. 이로 인해 아모레퍼시픽이 그간의 영광에 안주하며 경영 환경 변화에 신속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뒤늦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사업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선 가맹점주와 상생 문화 정착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생각지 않은 성급한 온라인 전환 추진으로 가맹점주와 갈등이 심화됐던 탓이다. 특히 이 문제로 인해 서 회장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지만 서 회장이 건강문제로 불출석하며 가맹점주의 피눈물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던 터다. 다행히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가맹점주와 상생협약을 진행하는 등 진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지난 1월 15일에도 아모레퍼시픽 본사를 찾아 가맹점주 의견을 듣는 등 상생문화 정착을 주시하고 있다. 

더욱이 아모레퍼시픽이 네이버, 11번가, 쿠팡, 카카오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협업 관계를 강화해 디지털 마케팅 역량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가맹점주와의 상생노력은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지점이다. 앞으로도 오프라인 가맹점주들과의 관계를 잘 이어나가야 온라인 사업 강화가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도 발목잡을 요인 가능성 있어

큰 타격을 입은 후 아모레퍼시픽은 디지털 전환 및 희망퇴직 접수를 통한 구조조정 능 노력을 기울이며 기업가치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재도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인은 또 있다. 바로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말 '공정경제 3법' 개정안을 국회서 통과시키며 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했다.

기존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 상장회사, 20% 이상 비상장회사를 대상으로 했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별도 구분 없이 '20% 이상'으로 통일하고, 그 계열사들이 50% 초과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규제 대상 기업이 11곳으로 늘어나게 되며 이는 전체 15개 계열사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아모레퍼시픽을 제외한 전 계열사의 지분을 50% 초과 보유하고 있어 규제 대상에 포함되게 되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그간 여러차례 공정위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조사 및 제재를 받은 바 있는 데다 규제 대상이 확대돼 대응범위를 넓혀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주사를 모기업으로 계열사들을 수직계열화하고 전체계열사를 자회사로 지배하는 아모레퍼시픽의 기업 구조가 구시대적이며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뜩이나 꼼수 승계 등으로 오너일가 논란이 컸던 만큼 아모레퍼시픽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구조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이렇듯 아모레퍼시픽은 첩첩산중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태다. 아모레퍼시픽은 핵심 브랜드 중심으로의 재구성, 구조조정, 디지털 전환 등 전략을 통해 지난해 4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에 1분기부터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단순히 수익 회복의 문제로만 봐선 안된다. 배당성향의 문제는 일시적일 수 있고, 경영여건 악화로 인한 문제이지만 기존 방식에 안주하는 판매전략이나 일감몰아주기, 승계 논란 등은 오랜 기간 지적돼왔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자성과 변화를 요하는 부분이기에 아모레퍼시픽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다영 기자 newswatch@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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