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칼럼] 설밑을 앞두고 모처럼 국민들은 깜짝 놀랄만한 뉴스를 접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전 재산의 ‘절반’에 달한다는 ‘5조원 사회 기부’ 결단 소식이었다. 코로나로 지칠 대로 지친 국민들에겐 재난지원금 지급이나 백신 소식보다 우선 ‘충격적’이고 믿기 어려운 뉴스일 정도이다. 김범수 의장은 올해로 55세, 벤처 1세대로 카카오 계열사만 100개에 달하는 재계 23위에 달하는 대그룹에 속한다.

모든 언론이 그의 ‘통큰 기부’ 결정에 찬사를 보내면서 대서특필하고 나섰다. 대한민국에서 언제 이렇게 재벌이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열렬한 환영’과 찬사를 받은 적이 있을까 궁금할 정도이다. 글로벌 기업이자 ‘삼성 공화국’이라 불리 울 정도로 막강한 경제력을 자랑하는 삼성의 통큰 기부와 몇몇 대기업들의 기부 대열 동참 등이 힘든 세상에 가끔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 소식들은 있었지만, 김범수 의장의 기부는 가히 충격적인 규모라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카카오’는 이제 ‘사회적 기업’이자 ‘국민기업’이라 불리 울 정도로 국민 일상에 밀착돼 있다. 그만큼 영향력도 가공할만한 IT 기반 대기업이다. 작년 매출만도 전년 대비 35% 성장한 4조 1567 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21% 성장한 4천 5백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코로나로 죽어가는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즐비하고 절규를 부르짖고 있지만, ‘언택트 시대’에 반사 이익을 얻는 기업과 자산가들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는 시대라 암흑이 교차하고 희비가 엇갈리는 경제 생태계가 안쓰럽기만 하지만, 그래도 분명히 기분좋은 소식임은 부인할 수 없다.

언론에선 김범수 의장의 통큰 기부를 놓고 ‘자본 박애주의’, ‘선한 기부’, ‘기부 천사’, ‘클라스가 다른 재벌’ 등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를 보내고 있다. 아직은 김범수의장이 사회적 기부를 선언한 상태이고 그 구체적 절차나 방식이 설계된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다소 미심쩍게 보는 이들은 최근 김범수 의장의 ‘자녀 승계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를 의식한 사회적 기부라거나, 여당 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익공유제 법제화’를 염두해 둔 것이라는 등 애써 배경을 분석하려는 것도 있지만, 그 어떤 배경 분석도 사실 자신의 재산을 ‘반 토막’ 낸 5조원을 선뜻 사회에 내놓은 ‘통큰 결단’ 보다 더 큰 배경은 되지 못할것 같다.

통상 국민은 대한민국의 대기업과 재벌가들의 상속과 승계와 재산 증식을 위한 천태 만상의 기발한 재테크에 익숙해져 있기에 향후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질 때까지는 여전히 ‘긴가 민가’ 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법도 하다.

더구나 그동안 사회적 기부를 약속한 정치인들이나 재벌들의 흐지부지 된 사례나, 오히려 ‘재산 유지’의 한 방편으로 활용되어온 기억들이 여전히 남아 있기에 그렇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설을 앞두고 국민에게 ‘선한 기부’의 새로운 모델, 사회적 기업과 자산가들의 ‘도덕적’, ‘사회적 책무’의 새로운 모델로 등장한 김범수 의장의 결단은 좀 새로운 재벌의 기부 행보로 봐야 할것 같다.

국민과 함께 성장하고 국민과 함께 소통해온 대기업의 ‘사회적 환원 시스템’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통적 재벌들의 행태에서 벗어난 파격적,신선한 행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를 더욱 장려하고 제도화, 법제화해서 국가가 미치지 못하는 분야, 부족한 부분에 기업들의 손길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은 이제 국가의 몫일 것이다.

김범수 의장의 설밑 통큰 기부 결단이 향후 대한민국 기업들의 ‘사회적 기부 신드롬’으로 이어지길 기대를 하니, 코로나로 힘든 설밑이지만 코끝이 찡해지는 ‘울림’이 다가 오는 때이다.

◇박동규 前 청와대 행정관
◇독립기념관  前 사무처장
◇ 現 한반도 미래전략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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